시사위크=이강우 기자 경기 침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기업에 정부 차원의 금융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연구기관의 주장이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은 지난 9일 리포트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특히 신규로 발행되는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자산담보부증권인 P-CBO를 통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위기의 건설기업, 폐업과 악성미분양 늘어
각종 지표들을 살펴보면 한국의 건설업은 긍정적인 면을 찾아보긴 쉽지 않다. 건산연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1,289건이었던 건설기업 폐업 숫자는 꾸준히 증가해 올해 상반기에 1,809건에 달했다. 이는 2020년과 비교했을 때 140% 증가한 수치다.
미분양은 약간 줄었을지 몰라도 악성 미분양은 늘었다. 국토교통부의 ‘24년 7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미분양 주택은 7만1,822가구로 전월 7만4,039가구 대비 약 3% 감소했으나,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1만6,038가구로 전월 1만4,856가구 대비 약 8% 증가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건산연 측은 “건설기업의 폐업 수, 미분양 증가는 건설경기의 장기 불황으로 자금난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기업들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자진 폐업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금융 지원 제도 있으나 혜택받는 건설기업 적어
리포트를 작성한 임기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건설 경기가 좋지 않고 이로인해 건설기업들은 신용도가 낮아질 수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P-CBO의 지원이 지속적으로 더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P-CBO는 자산담보부증권을 뜻하는 CBO(Collateralized Bond Obligation)에 프라이머리(Primary)를 덧붙여 만든 합성어다. 신용도가 낮아 채권시장에서 회사채를 직접 발행하기 어려운 기업의 회사채를 차환발행 또는 신규 발행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00년에 도입된 제도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활성화하고 은행 대출 위주의 자금조달 구조를 개선하는 효과를 불러온다.
다만 고려돼야 할 점은 이 같은 제도에 직접 혜택을 받는 건설기업의 수가 비교적 적다는 것이다.
임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신용보증기금의 P-CBO 유동화 건수는 총 1,756건이지만 이 중 건설기업에 대한 보증은 전체 건수의 10%인 183건에 불과했다. 반면, 제조기업에 대한 보증은 862건으로 49%를 차지했다. 건설업에 대한 P-CBO의 보증 비율이 적은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P-CBO는 따로 제한이 있는 게 아니라 중소건설사들도 자유롭게 지원이 가능하다”며 “다만 한국의 경우 제조기업의 수가 건설기업의 수보다 더 많은 점 때문에 규모의 차이로 인한 접수량이 다른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기수 연구위원은 “P-CBO가 만들어진 이유는 신용도가 부족한 중소기업들의 신용을 보강해 금융지원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건설 경기가 좋지 않아 건설기업들은 신용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P-CBO의 지원이 지속적으로 더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P-CBO의 확대는 건설사에게 있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건설업종 입장에선 회사채 등의 흥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신규발행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해 발행하는 P-CBO는 유동화 전략 측면에서 긍정적이다”며 “만약 P-CBO가 확대된다면, 자금 확보를 위한 좋은 방법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P-CBO와 같은 제도뿐만 아니라 건설기업을 도울 수 있는 방식은 어떤 게 있느냐는 질문에 임 연구위원은 “건설기업들에 대한 대출금리가 굉장히 높다”며 “금융권들도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리스크를 줄이고 리스크가 있는 기업들에 대해서 금리를 높게 받고 있겠지만, 산업과 국가 전체 차원에서 금리를 조정해 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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