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오는 10월16일 실시하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나서기로 하면서 보수 성향 언론과 국민의힘의 공격이 거세다. 진보 성향의 전임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이 유죄 판결을 받으며 발생한 보궐선거에 과거 유죄 판결을 받았던 곽 전 교육감이 나서자 보수 진영에서 연일 곽 전 교육감 때리기에 나선 것이다.
조선일보는 9일 1면 기사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형이 확정돼 중도 하차하고도 선거 때 보전받은 비용을 완납하지 않은 경우 공직 선거에 다시 출마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의 이른바 ‘곽노현 방지법(지방자치교육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주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게 아니라 발의하겠다고 밝힌 것만으로 1면에 배치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곽 전 교육감 출마를 강하게 비판하고자 하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조선일보의 해당 보도와 이날 사설 「선거 보전금 30억 안 내고 재출마, 이를 방치한 국회」를 종합하면, 곽 전 교육감이 과거 상대 후보 매수 혐의 등으로 유죄 선고를 받아 교육감직을 임기 도중 상실했고 이로 인해 국고보조금 약 35억 원을 반납해야 하는데 이를 완납하지 않았는데 재출마 의사를 밝힌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이에 나 의원은 선거비용을 반납하지 않은 사람의 공직 출마를 제한하고, 미납자 명단을 선관위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고 조선일보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회가 파렴치한 상황을 막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곽 전 교육감 비판 메시지가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나 의원의 ‘곽노현 방지법’을 거론한 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압류할 (곽 전 교육감의) 재산이 없어 30억원을 압류 못했다고 했는데 선거 기탁금을 내자마자 압류하고 현금으로 집행하라”라며 “법을 새로 만드는 것을 떠나서 일단 기탁금부터 내면 그걸 계속 당국은 압류하고 강제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선거보전비용 30억 원 이상을 반납하지 않았으면서 또 선거에 출마한다니 참 양심도 없다”며 “가히 대한민국의 교육을 조롱하는 후안무치의 끝판왕”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6일 사회면 「비리 교육감의 백년대계 수장 재도전」, 사설 「교육감 선거 폐지 당위성 보여준 징역형 곽노현 출마」, 지난 7일 「30억 반납 안 해도, 또 나올 수 있는 교육감 선거」 등에서 곽 전 교육감의 출마를 비판하면서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지난 5일 곽 전 교육감이 출마선언을 한 이후 매일 비판기사를 지면에 실은 것이다.
다른 언론에서도 곽 전 교육감 출마에 비판적 논조의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후보 매수 전과’ 곽노현 교육감 재출마…학생 앞에 부끄럽지 않나」(9일, 매일경제 사설)
「실형에 국고반납도 않고 재출마…‘곽노현 방지법’까지 거론」(9일, 중앙일보 기사)
「‘후보 매수 곽노현’ 서울교육감 출마는 법치·교육 우롱」(6일, 문화일보 사설)
「‘후보 매수’ 곽노현 출마 논란…단일화만 띄우는 서울교육감 선거」(6일, 한국일보 기사)
「윤리와 양심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곽노현의 교육감 재출마」(6일, 매일신문 사설)
일부 언론에서는 곽 전 교육감을 포함해 다른 후보들의 문제도 함께 짚었다. 동아일보는 지난 7일자 사설 「교육감 중도 하차로 보선 치르는데, ‘전과’ 후보들 또 판치나」에서 곽 전 교육감과 함께 보수 진영 후보로 출마한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이 공직선거법과 지방교육자치법 위반으로 각각 벌금형 유죄를 선고받은 사실을 거론했다.
한국경제는 곽 전 교육감을 비판하면서 교육감 직선제 폐지와 교육교부금 제도 개선까지 요구했다. 한경은 교육감직에 대해 “권한이 교육 분야로 한정돼 있는데도 이처럼 많은 이들이 뛰어드는 것은 교육감이 시도 교육예산 편성권을 갖고 있어서”라며 “세금으로 학생과 교직원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라고 했다. 이어 “(곽 전 교육감은) 누가 봐도 몰염치하다”며 “교육감 직선제 폐지와 더불어 교육감 선거전을 부추기는 교육교부금 제도도 시급히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 성향 언론에서는 곽 전 교육감 유죄 선고를 비중있게 다루지 않고 있다. 유죄 선고로 직을 박탈당했던 이가 다시 출마를 한 상황이고 아직 최종 후보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한겨레는 곽 전 교육감 출마 선언 다음날인 6일 「서울교육감 보궐선거, 진보·보수 모두 단일화한다」는 기사에서 진보·보수 성향의 각각 후보 단일화에 나선 이들을 소개했고 곽 전 교육감의 과거 유죄 선고 이력이나 선거보전 비용 반납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 7일과 9일에는 곽 전 교육감 관련 기사를 지면에서 다루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곽 전 교육감 출마 선언 이후 9일 「“서울시교육감 출마” 벌써 15명…단일화 변수」 기사 1건만 지면에 실었다. 해당 기사에서는 각 진영에서 단일화에 나선 이들을 소개했고 기사 말미에 곽 전 교육감과 조 전 의원(서울시 미래교육연구원장), 김경범 서울대 교수에 대한 비위 사실을 한문단씩 언급하면서 “검증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미디어오늘은 이 같은 보도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9일 곽 전 교육감과 곽 전 교육감 캠프 상임 선대위원장을 맡은 강민정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연락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곽 전 교육감은 지난 5일 출마선언문에서 “저는 MB 정치검찰 희생자로 멈추지 않았다. 교육감 이전에도 오랜 세월 정치검찰에 맞서 싸워왔고 앞으로도 물러섬 없이 싸울 것”이라며 “명백한 정치검찰의 탄압으로부터 비롯된 이번 선거는 우리 교육을 지켜내기 위해 윤석열 정권과 정면으로 싸우는 선거”라고 했다. 이날 곽 전 교육감은 ‘과거 유죄 판결을 부당하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내 양심의 법정에서 당당하고 떳떳하다”며 “판결에 전혀 승복할 수 없다”고 답했다.
곽노현 캠프의 강민정 선대위원장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곽 전 교육감과 조희연 교육감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저들이 얼마나 혁신교육을 두려워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두 진보교육감 낙마라는 서울교육 상황 그 자체가 정치가 개입해 교육을 흔들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서울교육에는 정치검찰의 공격을 막아낼 ‘방패’이자 동시에 그 공격에 맞서 싸울 ‘창’이 될 사람이 필요하다”며 “공적 영역에서 손발이 묶인 10년 동안에도 교육시민단체활동과 교육 관련 칼럼기고, 교사정치기본권 보장 헌법소원 등 교육현장 문제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뛴 이가 곽노현”이라고 한 뒤 “꼭 승리해 혁신교육을 지키고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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