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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이야말로 ‘왜 자살했을까’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수없이 던져왔을 분들입니다. 다만 심리부검 과정에서 파편적인 사건들을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고 차근차근 추적하다 보면 더욱 복합적인 이유가 드러나죠.”
세계 자살 예방의 날(9월 10일)을 하루 앞둔 9일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심리부검면담팀 이선아(57) 팀장과 유은정(36) 대리는 유족과의 대화 속에서 자살사망자의 삶을 읽어냄으로써 더 많은 안타까운 죽음을 막겠다는 목표를 피력했다.
심리부검은 자살 유족의 진술과 고인의 기록을 통해 생전 심리 양상·변화를 분석하고 자살 원인을 추정하는 체계적 조사 방법이다. 객관적인 검증을 위해 모든 면담에는 2명의 면담원이 함께 들어가며, 이후 크로스 체킹을 거쳐 평균 4.3개의 사망 요인을 추려내 보고서로 작성한다.
심리부검 사업은 올해로 10년 차를 맞았지만, 면담에 참여하는 유족 수는 매년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면담에 참여한 유족은 총 148명으로 첫해인 2015년과 동일했다. 이 팀장은 “죽음(자살)을 말하기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특히 유족의 경우 미처 자살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커서 선뜻 신청하지 못한다”며 “용기를 내 참여한 유족이 되레 죄인 취급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막상 유족이 면담에 참여한 뒤 고인의 삶을 돌아보며 애도하고 마음을 정리하는 계기를 얻기도 한다. 유 대리는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유족이 처음으로 떠나보낼 준비를 하게 됐다는 경우도 있다”면서 “그럴 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직업·경제·대인관계·건강 문제 등 각각의 자살사망자가 겪은 스트레스 요인은 다양하고 개별적이지만 동시에 사회적이다. 코로나19 이후 후유증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한다거나 투자 열풍이 분 뒤 사기를 당해 좌절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식이다. 유 대리는 “코인·주식으로 인한 부채 문제로 부담감을 느끼거나 고립감을 느낀 1인 가구가 숨진 사례를 최근 자주 접했다”며 “사회 변화에 따라 개인의 스트레스 요인도 다르게 나타남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팀장은 “심리부검을 진행한 사례가 전체 자살 건수에 비하면 극히 일부”라면서 “분석 결과의 대표성을 제고하기 위해 더욱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심리부검 업무를 하게 되는 원동력으로 ’덜 죽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소명 의식을 꼽는다. 이 팀장은 “모든 자살에 ‘막을 수 있는’ 순간이 있다고 믿고, 막고 싶다는 마음으로 일한다”면서 “더 많은 유족 분들이 심리부검에 참여해 자살 원인을 체계적으로 데이터화하고 예방 정책의 근거로 삼는 데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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