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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수용에 시신은 ‘해부실습용’으로…’형제복지원 쌍둥이’ 사건 첫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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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수용에 시신은 '해부실습용'으로…'형제복지원 쌍둥이' 사건 첫 규명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성인부랑인수용시설 사건 진실규명 결정 기자간담회’에서 이상훈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대 인권유린 사건 중 하나로 꼽히는 ‘부산 형제복지원’처럼 서울시립갱생원 등 전국 4개 집단부랑인수용시설에서도 강제수용·폭행 등 중대한 인권침해가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진실화해위는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6일 제86차 위원회에서 수용 피해자 윤 모 씨 등 13명의 성인부랑인수용시설 인권침해 사건을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판단하고 진실규명 결정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서울시립갱생원·대구시립희망원·충남 천성원(대전 성지원·연기군 양지원)·경기 성혜원 등 4곳은 부산 형제복지원과 동일한 정부 시책(내무부훈령 제410호 등)으로 운영됐다. 당시 정부는 해당 규정을 근거로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을 형사절차 없이 단속·수용하도록 했는데, 이 같은 과정에서 경찰·공무원에 의한 강제수용과 폭행·가혹행위 등 인권침해가 벌어졌다.

피해자 이영철(가명·66) 씨는 “15살 때인 1973년 가을 대구역 대합실에서 단속돼 대구시립희망원에 강제 수용됐다”면서 “밖을 내다볼 수 없는 방에 30명이 갇혀 생활했고 옷을 깨끗이 세탁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닮은 꼴’인 부산 형제복지원은 1987년 인권침해가 폭로돼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이들 시설은 공적인 조사 없이 부랑자를 지속해서 수용했다. 1987년 신민당이 충남 천성원 방문조사를 실시하려 했지만 시설 관계자의 항의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37년 만에야 은폐돼 온 전국 부랑인수용시설 인권침해 실상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 셈이다.

진실화해위는 충남 천성원이 지자체·경찰 등과 주고받은 수용자 신상기록카드 등 국가의 부랑인 단속 정책 및 시설 운영 지원 전반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는 자료를 최초 입수하고, 이를 통해 “조사 결과 정부는 민간 법인에 해당 시설들의 운영을 위탁하면서 감금‧폭행‧강제노역 등 여러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치했다”고 설명했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1988년 서울올림픽 등 세계적 스포츠 행사 개최를 앞두고 1982년 부랑인 상시 단속·시설 설비 확충 등 정부의 ‘특별 지시’가 있었다는 점을 조명했다. 또 신청인 13명 중 6명은 형제복지원에서 타 시설로 강제 전원되는 등 시설 간 ‘회전문 입소’로 장기 수용 등이 이뤄졌다는 점을 확인했다.

강제수용에 시신은 '해부실습용'으로…'형제복지원 쌍둥이' 사건 첫 규명
1983년에 이뤄진 충남 천성원 산하 대전 성지원 사망자 시신에 대한 의과대학 사체교부신청·증명서. 사진 제공=진실화해위

그 밖에도 서울시립갱생원에서는 수용자를 도시 재건 사업인 ‘새서울건설단’에 동원하고, 충남 천성원 산하 대전 성지원에서는 시설 사망자 시체 수백 구의 해부실습용 교부 등이 자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시설에서 출산한 일부 여성들에게 친권 포기를 강요하고 해외 입양을 보낸 정황도 드러났다.

진실화해위는 △피해자에 대한 공식 사과와 실질적 피해 회복 조치 △시설수용 인권침해 재발방지책 마련 △지속적 피해자 지원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서울경제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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