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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강행한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지역화폐법)은 국가의 재정 지원을 재량 규정에서 의무 규정으로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정부가 지역화폐 발행·판매·환전 등 운영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해 상품권 발행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지역화폐의 소비 진작 효과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역화폐가 식당·마트 등 일부 업종에만 지나치게 집중되고 주로 학원비에 사용되면서 사교육 조장은 물론 ‘순금깡’ 등 불법 거래에까지 이용돼 굴목상권 활성화라는 근본 취지에 어긋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5일 경기도 카드형 지역화폐 업종별 결제 현황에 따르면 2022년 도내 지역화폐 총 결제액 4조 6475억 원 중 일반휴게음식점에서 1조 1890억 원(25.58%)이 사용됐고 학원이 9057억 원(19.49%)으로 뒤를 이었다. 골목상권이라고 할 수 있는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등에서 사용된 6864억 원보다 2000억 원이 넘게 학원비로 쓰인 셈이다. 지난해에는 학원비가 9686억 원(22.98%)으로 대폭 증가했다.
결제 업종의 편향성도 심각했다. 음식점과 학원, 슈퍼마켓 등 3개 업종에서 결제된 금액이 전체 사용액의 60%를 넘기다 보니 지역화폐 사용이 가능한 33개 업종 가운데 20개 업종에서 1% 미만의 사용률을 보이고 있다. 이 중에는 동네 서점이나 완구점·세탁소 등도 포함돼 있다.
결제 비율이 낮다 보니 지역화폐 혜택을 받아야 할 영세 업체는 가맹점 신청을 꺼리고 사용자들은 결제에 불편을 겪으면서 업종별 격차를 키운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날 지역화폐법 강행에 대해 국회 행안위 여당 간사인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현금 살포를 의무화하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며 “과도한 재정 부담에 따른 국가채무의 급증으로 민생은 파탄이 나고 국가신인도는 추락할 것이다. ‘이재명 하명법’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일방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도 “엄밀히 말하면 내 세금 살포법”이라며 “상품권을 많이 발행할 수 있는 부자 지방자치단체는 지원해주고 가난한 지자체는 지원하지 않는 지역 차별 상품권법”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의 의도대로 지역화폐 재정 지원이 의무화되면 이를 나눠 내야 하는 정부와 일선 지자체의 재정 부담도 커진다. 특히 경기도 지원 사업의 경우 지자체 분담률을 40%에서 올해는 60%까지 늘린 데 이어 내년에 지자체 분담 비중을 7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재정 부담을 느낀 고양시가 국비 지원 사업만 추진 중인데 재정자립도가 열악해 이마저도 부담이 크다. 경기도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예산 삭감한 정부와는 달리 지역화폐 지원 규모를 늘려 상권을 살린다고 말하고 있지만 재정이 열악한 시군에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예산 부담은 일선 지자체에 떠넘기면서 생색은 경기도 차원에서만 내고 있는 황당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내년에 경기도가 지자체 분담 비율을 높일 경우 고양시처럼 경기도 사업은 포기해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지역화폐가 균형발전 취지와 상충한다는 분석도 있다. KDI가 2020년 전후 데이터를 조사한 내용을 보면 특별·광역시에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액이 지역 내 총생산 대비 1%포인트 증가할 때 인접 지역에서 상품권을 받는 업체들의 매출은 2.2% 감소했다.
지역화폐는 특정 지역에서만 쓸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도시에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이 늘면 인접 지역 경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도 2020년 12월 내놓은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인접 지자체의 소매업 매출 감소를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조세연은 중앙 정부의 재원 투입을 온누리상품권으로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온누리상품권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발행해 지역에 상관없이 어디서든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를 역대 최대치인 5조 5000억 원 규모로 잡은 대신 지역화폐 예산은 3년 연속 ‘0원’으로 편성했다.
김종래 대진대 행정정보학과 교수는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용성에 대한 연구나 심도 있는 정책적 논의보다 정치적인 분위기에 편향되면서 자기이익적 관점으로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며 “지역화폐 위탁 운영사의 인건비 등 매몰비용을 감수하고서도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편익에 대해 분석하고 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 지속 가능한지 여부를 다시 한 번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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