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의 위기, 손석희 일본 리쓰메이칸대 객원교수가 내놓은 해결책은 ‘저널리즘’이다. 손 교수는 정치 양극화에서 촉발된 언론의 양극화와 이용자의 뉴스 회피 문제는 과거에도 반복되었던 것으로, 현 상황을 특별히 심각하게 볼 건 아니라면서 “극단적이지 않은 합리적 시민사회가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언론 본연의 역할을 강조했다.
손석희 교수는 5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 미디어오늘이 주최한 ‘2024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이희정 미디어오늘 대표와 함께 「질문의 힘」이라는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손 교수는 과거 언론의 정치화를 “카타르시스 커뮤니케이션” “배설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칭하며 비판적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손석희 교수는 현재 언론 상황을 묻는 이희정 대표 질문에 “극단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극단적이지 않은 합리적 시민사회가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손 교수는 “(카타르시스·배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과격한 해석을 붙인 건 당시 그랬기 때문이다. 지나고 보니 별것 아니다”라며 “디지털 미디어 때문에 확증편향이 강해진다고 하지만 옛날에도 똑같았다”고 했다. 손 교수는 “모순을 전달하는 디바이스가 달라졌을 뿐, 모순은 똑같다. 지금 상황이 더 심각해져 극복 못 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손석희 교수는 뉴스 회피 현상에 대해 “뉴스가 없는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지난 5월30일부터 6월19일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72.1%는 뉴스를 회피한다고 답했다. 정치적 사건이나 사회적 갈등 이슈가 이어지면서 뉴스에 대한 피로감이 커진 것이다. 손 교수는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때가 되면 뉴스를 찾게 될 것이고 언론사가 망한다고 생각한 일은 없다”며 “정치·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고 뉴스가 없는 세상이 오진 않을 거다. 플랫폼이 바뀌어도 뉴스는 존재한다”고 했다.
손석희 교수는 신문·방송 등 레거시 미디어의 역할도 여전하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최근 MBC ‘손석희의 질문들’ 프로그램이 이를 증명해줬다”며 “본래 의미의 저널리즘, 미디어의 역할에 대한 소구가 있다. 이용자들은 유튜브나 레거시 미디어 중 한쪽을 버리지 않았다”고 했다. 손 교수는 과거 신문산업 초창기에도 황색 저널리즘이 유행한 적 있다면서 “결국 사람들은 괜찮은 언론을 원했다.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며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손석희 교수는 “디지털 미디어와 레거시 미디어는 단절이 아니라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며 “TV가 등장했을 때도 영화계가 망한다고 했지만 지속되고 있다. 물론 단독으로 살아남기 어렵기에 융합이 필요하지만, 이는 확장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손 교수는 “레거시 없이 디지털만 존재할 순 없다. 레거시 미디어 종사자들이 위축될 필요가 없으며 나름의 기준을 지켜나가는 게 위기를 이겨나가는 방법”이라고 했다.
손석희 교수는 MBC 라디오 ‘시선집중’부터 JTBC ‘뉴스룸’에서 수많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손 교수는 자신의 인터뷰 원칙에 대해 “왜 질문을 하는지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궁금하니까 질문하는 거고, 궁금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나 혼자 궁금해하면 안 되기 때문에 청자들이 뭘 궁금해할지 늘 고민해야 한다”며 “정치인들의 답변을 보면 정답인 거 같지만 아닌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계속해서 질문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석희 교수가 생각하는 저널리즘은 ‘문제의식’이다. 손 교수는 “저널리즘은 문제의식이다. 문제 의식이 있어야 문제를 발견할 수 있고, 문제를 발견해야 문제제기를 한다”며 “그래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저널리즘은 현상에 안주하지 않고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손석희 교수는 시사저널과 시사인 등이 실시하는 설문조사에서 오랜 기간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에 올랐다. 손 교수는 “뽑아준 건 대단히 감사하지만 저널리스트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감사한 일이긴 하지만 너무 짓눌리지 않도록 유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정치 진출 생각은 전혀 없는가’라는 질문에 단호하게 “없다”고도 답했다. 손 교수는 “과거 들은 말 중 기분 나쁜 게 ‘이제 (정치로 와서) 큰일 해야지’라고 했는데 불쾌했다”며 “정치는 언론과 다른 세계이며, 그곳이 더 큰 세계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 체질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손석희 교수는 최근 예비 언론인이 줄고 있다면서 “언론계로 와도 기레기라는 이야기만 듣고, 회사도 불안정하니 뭐 하러 지원하냐는 생각이 있어 예비 언론인이 줄어든다. 일본에서도 기레기와 비슷한 말이 있다”며 “하지만 언론계를 희망한 사람마저 들어오지 않고 희망을 버린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하는가”라고 했다. 손 교수는 “어려운 점은 있지만 언론계에 꿈을 가지고 있다면, 그 꿈이 훼손되지 않은 상황에서 들어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언론계 선배들도 언론계 지망생들이 꿈을 잃지 않도록 잘 지켜달라”고 밝혔다.
또 손석희 교수는 언론을 믿지 않은 어린 세대를 위해 믿을 만한 언론을 계속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어린 친구들에게 믿을 만한 언론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며 “미래 세대가 언론에 대한 신뢰를 갖기 위해선 신뢰할만한 언론을 계속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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