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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즘 없다’ HD현대, 돈 되는 탈탄소로 미래 공략 [신에너지시대]

IT조선 조회수  

“미래를 위한 탈탄소 글로벌 에너지 가치사슬을 마련하겠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그는 조선, 건설기계, 정유 등 HD현대그룹 내 모든 부문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수소, 지속가능항공유(SAF) 등 친환경 에너지 활용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정 부회장은 현재 전기차와 같이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기) 없는 수요에 힘입어 그룹의 ‘돈 되는 탈탄소 사업’을 이끌고 있다.

친환경 연료 추진선 앞세워 ‘슈퍼사이클’ 노 저어

관련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148척(해양설비 1기 포함) 167억1000만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액 135억달러를 123.8% 초과 달성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 미래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 HD현대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 미래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 HD현대

이중 친환경 선박은 99척으로 66.9%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국제해사기구(IMO), 유럽연합(EU) 등의 환경 규제로 글로벌 선사들이 앞다퉈 친환경 선박 발주를 늘린 영향이 컸다. 특히 친환경 선박 중 대세로 자리잡은 LNG 추진선의 발주가 확대되는 추세다. 현재 글로벌 전체 선사의 발주 잔량 1377척 기준 LNG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은 970척으로 73%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메탄올 연료가 226척(17%), 암모니아 연료 27척(2%) 등 순이었다.

HD한국조선해양은 내연기관과 LNG 등 2가지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이중연료 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 개발에 앞장서며 수주 경쟁력을 확보했다. 특히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히는 친환경 선박 수주와 조선업계 ‘슈퍼사이클’ 진입에 힘입어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536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522억원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정 부회장의 주도로 선박에 적용할 다양한 에너지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2023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HD한국조선해양은 LNG 외에도 수소, 메탄올, 암모니아 등 저탄소·무탄소 연료 도입을 다각화한다.

2022년 12월 국내 최초 LNG·수소 혼소(混燒)엔진 개발에 이어 2023년 10월 연료전지 선도기업 엘코젠(Elcogen AS)과 투자계약을 체결해 대용량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시스템 고도화에 나섰다. 고체산화물연료전지는 기존 연료전지와 달리 수소 외에도 천연가스, 암모니아, 메탄올, 바이오연료 등 다양한 연료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다양한 친환경 연료 추진 선박의 상용화 추진 이후 실질적인 수주로 나타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세계 2023년 10월 세계 최초로 중형 암모니아 추진선을 수주했다. 오는 2025년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를 목표로 2020년 국내 처음으로 영국 로이드선급으로부터 암모니아 이중 연료 엔진에 대한 기본 인증을 획득하고 2021년 조선업계 최초로 암모니아 연료공급시스템을 개발한 노력이 수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올해 4월에는 ‘선박 탄소중립 R&D 실증설비’를 구축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번에 구축된 실증설비를 활용해 선박에 탑재될 친환경 설비를 사전 검증하고 새로 개발된 선종, 친환경 기술의 안정성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수소 사업, M&A로 역량 강화

정 부회장은 친환경 연료 선박 외에도 수소연료전지 등 수소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사업 전문 자회사 설립,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으로 글로벌 수소 시장 선점에 나섰다. 이를 통해 친환경 선박을 넘어 건설기계 분야에서도 수소 기반 배터리팩 장착으로 친환경 에너지 사업의 저변을 넓힌다.

HD현대그룹은 올해 8월 HD한국조선해양 출자로 수소연료전지 자회사 ‘HD하이드로젠’을 설립했다. HD한국조선해양 자회사로 설립된 HD하이드로젠은 그룹이 추진하던 ‘2030 신성장 로드맵’ 이행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2021년 3월 발표된 해당 로드맵에는 수소연료전지 추진선 개발, 수소 연료전지를 활용한 발전 사업과 건설기계 장비 사업 추진 등 내용이 담겼다.

HD하이드로젠은 최근 핀란드 연료전지 시스템 기업 ‘컨비온’(Convion)을 7200만유로(1068억원)에 인수하며 수소 사업 확장에 본격 나섰다. 2012년 설립된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SOEC) 전문기업으로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상업용 SOFC 발전 시스템 기술·공급 실적을 보유한 회사다.

HD한국조선해양 대형액화수소운반선 이미지. / HD현대
HD한국조선해양 대형액화수소운반선 이미지. / HD현대

HD하이드로젠의 이번 인수는 오는 2040년 글로벌 수소연료전지, 수전해 시장 규모가 연간 55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핵심 기술 선점을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하이드로젠과 컨비온을 통해 투트랙 전략을 취할 계획이다. HD하이드로젠이 연료전지 사업을 총괄하며 국내 발전·선박용 사업을 맡는다. 컨비온은 연료전지 핵심 기술 개발과 유럽 시장 공략을 담당한다.

수소 사업은 선박 외에도 건설기계 분야로 저변을 넓히고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올해 4월 글로벌 3대 건설기계 전시회로 꼽히는 프랑스 파리 ‘인터마트(INTERMAT) 2024’에 참가해 신규 친환경 엔진인 5리터(ℓ)급 ‘DX05’와 7.5ℓ급 ‘DX08’을 공개했다. 이들 엔진은 기존 디젤 외에도 차세대 바이오 오일 HVO(수소처리식물성오일)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더불어 전동화 배터리팩, 11ℓ급 수소연소엔진 ‘HX12’도 선보였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앞으로 22ℓ급 이상 대형 엔진으로 수소엔진 라인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R&D), 실증 등을 확대하고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2023년 7월 한국동서발전과 개발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을 계기로 1메가와트(MW)급 발전용 수소전소엔진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 말 시제품 생산 후 발전용 수소전소엔진 라인업을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

이어 HD현대인프라코어는 올해 8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발주한 정부의 첫 번째 국산화 수소전소엔진 발전기 실증사업을 수주하며 수소엔진발전 시스템의 기술력 고도화와 사업모델 발굴에 나서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 R&D 역량 높여 바이오 신사업 성과

정유·화학 계열사 HD현대오일뱅크는 오는 2030년 정유사업 매출액 비중을 85%에서 45%까지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친환경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화이트 바이오, 순환경제, 친환경 화학, 소재 사업과 함께 자원·윤활유 재활용,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친환경 신사업을 추진한다.

HD현대그룹에서 추진하는 친환경 연료 역량 강화를 위한 R&D도 한창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23년 중앙기술연구원을 대표 직속 조직으로 개편하고 연구그룹 명칭을 과제 단위인 ▲수소 에너지 ▲그린 소재 ▲정유 기술로 바꿔 각 과제별 추진력을 강화했다.

이중 수소 에너지 연구 그룹은 ▲고성능 분리막 ▲PEM 전해질막 ▲암모니아 분해 촉매를, 그린 소재는 ▲이산화탄소 포집 활용 기술 ▲친환경 석유화학 제품 개발을, 정유 기술 연구 그룹은 ▲차세대 합성 연료 ▲바이오 선박유 ▲열분해유 생산 기술 개발을 맡는다.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전경. /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전경. / HD현대오일뱅크

친환경 미래 에너지 사업을 위한 R&D 비용도 늘리고 있다. R&D 비용은 2021년 95억원에서 2023년 214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누적 친환경 특허 개수는 2021년 2건에서 2023년 26건으로 늘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최근 동·식물성 기름 등을 원료로 한 바이오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올해 4월 연산 13만톤(t) 규모의 바이오 디젤 전용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바이오 디젤은 석유 기반 연료와 성질이 비슷하고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크다. 바이오 항공유, 선박유 등 바이오 기반 연료 중 전 세계에서 일찍 상용화된 연료 중 하나다.

HD현대오일뱅크의 바이오 디젤 공장에는 국내 최초로 초임계 공정이 도입됐다. 초임계 공정은 고온·고압 조건에서 촉매 없이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로 기존 공법 대비 식량자원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최근에는 지속가능항공유(SAF) 상업화가 본격화돼 바이오 연료 사업 확장에 나서게 됐다.  HD현대오일뱅크는 기존 정유 설비에 석유 기반 원료와 동·식물성 바이오 원료를 함께 투입하는 방식으로 SAF를 생산한다. 국내 정유업계 중 처음으로 올해 6월 일본에 SAF를 수출하기도 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탄소 배출 감축 방침에 따라 앞으로 SAF 수요가 지속 늘 것으로 보고 시장 공략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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