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는 쥐 잡는 고양이 ‘래리(Larry)’가 산다. 공식 직함은 ‘총리 관저 수렵 보좌관’(Chief Mouser to the Cabinet Office). 래리가 다우닝가 10번지에 살기 시작한 것은 2011년부터다. 래리는 그동안 데이비드 캐머런, 테리사 메이, 보리스 존슨, 리즈 트러스, 리시 수낙 등 5명의 총리를 보좌했고 지난 7월 5일부터 키어 스타머 총리를 보좌 중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래리는 2011년 2월15일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관저에 출몰하는 쥐 떼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런던의 ‘배터시 개와 고양이의 집’이란 유기 동물 보호소에서 입양됐다. 정확한 나이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올해 17세로 추정된다. 성별을 수컷. 비공식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는 9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 중이다.
문제는 지난 7월 다우닝가로 이사한 스타머 총리의 가족(아내와 두 명의 자녀)에게 수컷 고양이 ‘조조’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아직 조조는 래리를 만나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스타머 총리 과정이 조조와 래리가 어떻게 만나게 할 지 고민 중”이라고 했고, 영국 데일리메일은 “조조와 래리의 만남이 잘못되면 ‘고양이 재앙(cat-astrophe)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래리는 여타 고양이처럼 새로온 고양이를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래리는 리시 수낙 전 총리가 길렀던 고양이 ‘래브라도 노바’와도 싸움을 한 적이 있다. 수낙 전 총리의 아내인 악샤타 무르티는 당시 기자들에게 “노바가 졌다”고 했다. 래리는 보리스 존슨의 애관견인 ‘딜린’,’잭 러셀’과도 아웅다웅한 사이였다. 과거 보리스 전 총리는 한 신문 칼럼에 “내 생각에 래리는 좀 깡패 같은 녀석이다. 딜린이 래리의 은신처에 몇 번 갔고, 래리가 업는 사이에 딜린이 래리의 음식을 먹었다. 보복은 끔찍했다”고 썼다. 이런 이유로 2019년 12월엔 보리스 전 총리가 개를 좋아해 래리가 은퇴할 것이란 소문이 돌기도 했다.
래리는 다우닝가 10번지 인근 영국 외무부에서 활동하는 ‘쥐 잡이 고양이’ 팔머스턴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팔머스턴은 래리와 싸운 후 귀가 다쳤다. 팔머스턴은 2020년 은퇴하고 이사한 상태다. 이외에도 래리는 비둘기를 공격하고, 여우를 쫓아내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된 바 있다. WSJ는 “래리는 주목받는 것을 좋아하고 기자들의 가방 냄새를 맡는 등 기자들에게 접근하곤 한다”고 전했다.
2014년부터 다우닝가 10번지 근처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 사진작가 저스틴 응은 WSJ에 “래리가 꽤 영역 의식이 강하다”며 “다우닝가 10번지는 래리의 영역이고, 다른 고양이가 들어오면 위협을 받는다고 느낀다”고 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번주에 새끼 고양이를 한 마리 더 키우기로 했다고 BBC라디오에서 말했다. 자녀들이 애초 독일 셰퍼드를 키우길 원했지만, 마음을 바꾸었다고 한다. 현재 조조와 새끼 고양이는 스타머 총리가 사는 공간에만 갇혀 있고 래리는 다우닝가 10번지의 나머지 공간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중이다. 그리고 영국 총리가 언론 앞에 서서 사진을 찍는 다우닝가 10번지의 검은색 문으로 출입한다. 래리가 안으로 들어오고 싶을 때 경비원이 문을 두드리면 안에서 열어주는 식이다.
한편, 영국 정부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것은 오랜 전통이다. 빅토리아 시대 건물에 쥐가 많기 때문이다. 래리에 앞서 험프리란 고양이가 총리 관저에서 쥐 잡기 임무를 수행했다. 험프리는 1997년 은퇴해 2006년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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