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약 3년 만에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건설업·민간소비 부진을 중심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년 반 만에 ‘역성장’을 기록한 데다, 에너지 수입이 늘어 교역 조건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국인 배당 지급이 겹쳐 밖으로 빠져나가는 돈까지 많았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2분기 실질 GNI는 전기 대비 1.4% 감소했다. 2021년 3분기(-1.6%) 이후 2년9개월 만의 최대 낙폭이다. GNI는 한 나라의 가계·기업·정부 등 모든 경제 활동 주체가 생산 활동에 참여한 대가로 받은 소득의 합계를 일컫는다. 우리나라 국민의 실제 구매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 ‘국민 구매력’ 실질 GNI, 2021년 이후 최대 감소
실질 GNI는 한 나라가 일정 기간 벌어들인 돈인 실질 GDP에서, 환율·수출입 단가 등 교역 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무역손익’을 더하고, 국외에서 벌어들인 자국민의 소득 대비 국외로 유출되는 외국인 소득을 고려한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을 더해 산출된다.
그런데 2분기에는 이런 GNI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악화일로’였다. 강창구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실질 GDP부터 전기 대비 0.2% 감소한 데다가) 원유·천연가스 등 수입 가격 상승률이 생각보다 높아 교역조건이 지난 분기보다 악화했다”며 “최근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 자체도 늘면서 해외 현금 배당 지급액이 늘어난 탓에 해외로 지급하는 소득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실질 GNI가 이렇게 떨어진 것에는 근본적으로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탓이 크다. 이번에 발표된 2분기 실질 GDP ‘잠정치’는 전기 대비 0.2% 감소한 것으로, 앞서 발표된 속보치와 동일했다. 다만 세부 요인을 살펴보면 속보치 대비 설비투자·수출·수입이 증가했고, 건설투자와 정부소비가 줄었다.
◇ 건설업 생산 6% 감소… ‘IMF 환란’ 이후 최악 낙폭
특히 건설투자와 연관되는 건설업의 침체가 심각했다. GDP의 경제활동별 생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체 업종에서 ‘건설업’의 낙폭이 유독 컸다. 2분기 건설업 생산은 전기 대비 6% 감소했는데,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6.4%) 이후 약 26년여 만의 최대 감소 폭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1분기 건설업의 호조(전기 대비 5.5%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에다가, 착공 실적도 1~2년 전부터 누적적으로 지지부진했던 것이 건설기성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2분기뿐 아니라) 추세적으로 봤을 때도 건설업이 둔화하는 모습이 관찰된다”고 말했다. 2분기 건설업 생산은 1년 전과 비교해서도 0.7% 감소했다.
건설 회사들이 생산한 토목·건물 등 건설산출물의 부가가치를 포함해, 여기에 필요한 중간재 생산, 부동산 거래 중개 수수료 등 모든 관련 부대비용을 포괄한 ‘건설투자’ 지출 역시 전기 대비 1.7% 감소했다. 건설투자는 GDP의 15%를 담당할 정도로 경제 활동 비중이 높은 분야인 만큼, 건설 경기 부진이 우리 경제 성장을 크게 저해하는 모습이다.
◇ 한은 “경기침체·내수부진 아냐… 年 2.4% 성장 가능”
한은은 1분기 GDP 성적 호조에 따른 기저효과가 컸을 뿐, 경기 침체가 가시화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강 부장은 “2분기는 조정을 받았지만, 상반기로만 보면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한 것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지난달 한은이 전망했던 연간 경제 성장률(2.4%)에도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분기에 전기 대비 감소를 나타냈던 ‘설비투자’와 ‘민간소비’(내수) 부문도 하반기엔 사정이 나아질 것이란 평가다. 강 부장은 “8월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로 전환한 양상이 관찰되는 만큼, 하반기엔 설비투자가 괜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수 역시 최근 소비자심리지수가 100을 상회(긍정적 답변을 한 소비자가 부정적인 답변을 한 소비자보다 많다는 뜻)하고, 서비스생산지수 역시 두달 연속 플러스를 나타낸 만큼, 하반기부턴 회복 속도가 빨라지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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