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한국학력평가원의 한국사 교과서에서 300건이 넘는 오류가 발견됐다.
민족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는 5일 한국학력평가원(이하 학력평가원)이 발행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총 338건의 오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 검증은 지난달 30일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 이후 뉴라이트 역사관을 반영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학력평가원의 한국사 교과서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검증 작업에는 역사학자와 교과서 집필 경험이 있는 역사 교사 13명이 참여했으며, 교과서의 역사적 사실 관계와 서술 방식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학력평가원 교과서 검증 결과 ▲연도나 단체명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 오류 ▲일관성 없는 용어 사용 ▲음력과 양력 표기 오류 ▲오탈자 ▲부적절한 사진·도표·자료 인용 ▲의도적인 유도성 질문 ▲맞춤법에 어긋난 표기 등의 문제점이 나타났다.
시대별로 살펴보면 일제강점기를 서술한 대목에서 가장 많은 오류(132건)가 발생했다. 뒤이어 현대사 129건, 전근대사 45건, 개항기 32건의 오류가 집계됐다. 특히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와 일제 식민정책을 미화하거나 긍정적으로 서술한 대목이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연구소는 해당 교과서가 일제강점기의 토지조사사업을 조선총독부의 입장에서 설명하거나, 일제의 식민정책을 비판 없이 서술하는 등 왜곡된 시각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화정치’라는 표현을 따옴표 없이 그대로 사용한 점은 일제의 시각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독립운동사를 서술하는 대목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연구소는 교과서에 독립운동의 의미를 축소하거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는 서술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의 의의를 알아보자’는 제목에 정작 ‘본문’과 ‘활동’에 그 의의가 설명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교과서에서는 다양한 독립운동 가운데 유독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진영의 대립과 갈등, 분열 등을 강조한 대목이 여러 군데 나타났다. 연구소는 이 같은 서술이 학생들에게 분열을 겪은 독립운동 세력이 좌우로 대립하며 냉전과 분단의 위기를 극복할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독립운동 세력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민족 혁명당’과 ‘조선민족혁명당’을 혼용하는 등 같은 단체명을 다르게 표기하거나 정식 명칭을 쓰지 않고 축약해 다른 단체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보이는 사례가 발견됐다.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이신철 연구소장은 “개별적으로 비판할 문제들이야 많지만 사실 오류를 들추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역사학계와 역사교육학계가 심도 깊게 교과서 집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야 할 때”라고 짚었다.
민족문제연구소 이명숙 연구실장은 “일본의 역사수정주의 교과서들이 보인 행보와 현재 일본 역사교과서의 실태를 돌아봐야 한다”면서 “뉴라이트 역사인식에 대한 학계와 시민사회의 지속적이고 폭 넓은 대응이 더욱 긴요해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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