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의언론=윤우열 기자]
이력서를 최대한 완벽하게 작성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그것은 “우리가 만약 파티에 참석해 모르는 사람을 만나 사귀는 것처럼, 첫 만남이 시작되는 관계에서 성공하려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참고할 만한 세 가지 교훈을 소개했다.
첫째, 1980년대식 샴푸 광고의 지혜를 따르는 것이다. 즉 첫인상을 남길 기회는 오직 한 번이라는 사실이다. 샴푸가 광고처럼 정말 좋은지를 알 수 있는 것은 사용하고 난 다음이다.
둘째,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베레모나 모피 숄을 착용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기억하는 일이다.
셋째, 말하지 않는 것이 말하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않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원칙은 이력서를 작성할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력서에는 우리가 가졌던 모든 직업의 목록으로 채우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자서전도 아니다. 이력서란 샴푸 광고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마케팅하는 도구다. 마케팅 대상은 채용 담당자와 인사 관리자들이다.
칵테일파티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처럼, 채용 담당자와 인사 관리자들은 대화를 이어갈지 멈출지, 최대한 빨리 결정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이 전문가들이 채용 지원서를 훑어보는 시간은 평균 7.4초라고 한다.
이코노미스트의 기사 ‘How to write the perfect CV’는 이 7.4초가 보다 가치 있게 쓰일 수 있는 방법 몇 가지를 제공한다.
첫째, 이력서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읽는 사람을 질리게 하지 않는 것이다. 너무 애쓰지 말라는 뜻이다. 만약 자신의 이니셜을 워터마크로 추가할 생각일랑 하지 말고, 깔끔하고 단순한 형식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서체도 복잡한 것은 피해야 한다.
또한 ‘성숙하고 열정적인 전문가’, ‘세심한 관찰력’ 같은 진부한 표현은 면접에서 탈락될 이유가 될 수 있다. 오타도 마찬가지다. 철자 검사를 확실하게 하고 여러 번 교정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름과 연락처를 포함하는 것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사실을 안다면 놀랄 것이다.
사실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좋지만 모든 사실을 말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게임 순위에서 상위에 랭크됐다고 알리는 것이 빠른 대처 능력을 보여주는 독특한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채용 담당자는 그를 게임기에 붙어서 지내는 ‘소파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무엇보다 이력서는 한 시간 만에 급하게 작성할 것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 다듬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약하고, 걸러내고, 정제하여 자신의 본질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세계 8대 병원에서 근무한 사람이든, 크리스틴 라가르드[유럽중앙은행(ECB)의 총재] 같은 경력자이든, 누구나 이력서는 한 페이지에 담아야 한다. 그러니 개인적인 진술은 잊어버리자.
17세 때 삼촌의 철물점에서 3주 동안 장부 관리 일을 했던 경력을 25세가 넘은 시점에서는 굳이 포함할 필요는 없다. 나이가 들수록 교육보다 경력을 우선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원하는 부서에 맞춰 이력서를 조정하고 다른 부분을 강조하지 않는다면, 만나는 사람마다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지루한 사람과 다를 바 없다. 모든 사람이, 특히 모든 채용 담당자가 같은 것에 관심을 갖지는 않는 법이다.
자신이 이룬 성과를 수치화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 법대 2학년 재학생이 이제 막 여름 인턴십을 마쳤는데 M&A 거래에 6건에 참여했다면, 이 경력은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만약 이력서에 합리적인 공백이 있다면, 그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인생엔 여러 일이 생기기 마련이고, 때로는 휴식을 취할 때도 있지 않은가? 예를 들어, 직장을 옮기는 공백기인 3개월 동안 마추픽추를 하이킹하며 머리를 식히고 재충전했다는 것을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10년간의 경력 공백은 다른 문제일 수 있다. 잦은 직장 이동 역시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데, 이는 파티에서 만난 낯선 사람에게 자신이 한 번도 장기적인 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채용 담당자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력 자체를 더 일관되게 만들거나, 이러한 이력을 합리적이고 긍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원서를 보낸 후, 인사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지원서를 받았는지 확인하려고 하지 말라. 성가신 사람처럼 보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미국의 소설가 데이비드 포스터 윌리스는 미국 오하이오 주에 있는 케년 대학교(Kenyon College) 졸업식 연설 ‘이것이 물이다(This is Water)’를 통해 물고기가 자신을 둘러싼 물이라는 요소를 인식하지 못하는 비유를 사용하여 “본능적이고, 고정된 기본 설정, 즉 깊이 자아 중심적인 태도의 위험”을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우리 자신의 삶이 외부 세계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을 보여주는 것의 중요성을 그렇게 암시했다.
이력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기술과 업적을 작성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월리스가 “두개골 크기의 왕국”이라고 묘사한, 자아의 주권과 자기 몰두를 반영하는 과정인 셈이다.
따라서 구직 시장에 뛰어들 때, 항상 더 큰 맥락에서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월리스의 조언 “이것이 물이다… 이것이 물이다”를 따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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