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장 독주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올해 1분기 시장점유율 61.7%로 압도적 1위를 달렸다. 반면 삼성전자는 11%로 쪼그라들었다. 양사 점유율 격차는 50.7%포인트로 벌어졌다.
이재용 회장이 시스템반도체 2030 비전을 선언한 2019년 4월로 돌아가보자. 삼성전자는 2019년 1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19.1%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48.1%인 TSMC를 뒤쫓았다. 양사의 격차는 29%포인트였다. 하지만 5년 후 양사의 점유율 격차는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벌어졌다.
실적에서도 TSMC는 AI 칩 수요 증가세에 힘입어 올 2분기 2478억대만달러(10조500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높은 수율과 첨단 패키징(조립) 능력이 검증된 업계 1위 TSMC로 주문이 쏠렸다는 분석이다. 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이같은 수혜를 보지 못하고 2분기에 3000억원대 적자를 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그동안 삼성전자와 TSMC의 격차를 벌린 결정적 차이가 반도체 설계자산(IP)이라고 평가한다. IP는 반도체의 특정 기능을 구현한 회로 블록을 뜻한다. IP가 많을수록 고객이 원하는 칩을 더 빠르고 정교하게 만들어줄 수 있어 파운드리 입장에서는 고객사 확보를 위해 다양한 IP 포트폴리오 확보가 필수다.
반도체 IP업계 관계자는 “IP 퀄리티가 좋을수록 설계가 더 빨라지고, 이미 검증된 IP의 경우 칩 성능을 검증하고 오류를 빠르게 잡아내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TSMC가 확보한 IP 개수는 7만개쯤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10분의 1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칩 설계뿐 아니라 수율이나 개발, 양산 속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IP 확보전에서 어마어마한 격차가 벌어졌다. 애플·엔비디아·AMD·퀄컴 등 4대 고객사의 주문이 TSMC에만 몰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TSMC에 반격의 신호탄을 쏘아올리기 위한 IP 확보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삼성전자는 7월 개최한 ‘삼성 파운드리 포럼 및 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 포럼 2024’에서 2나노 반도체 설계를 위한 IP 확보 전략 등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 성과와 지원 계획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디자인 솔루션(DSP), 설계자산(IP), 설계자동화툴(EDA), 테스트·패키징(OSAT) 등 분야 파트너사 100여곳과 파운드리 생태계를 구축 중이다.
특히 EDA 파트너사는 23곳으로 TSMC를 앞섰으며, 이를 통해 반도체 팹리스(설계 전문회사)의 효율적인 설계를 지원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확보한 IP 숫자는 5300개쯤이다.
삼성전자는 또 글로벌 EDA 기업인 시높시스, 케이던스 등 IP 파트너와 선제적이고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IP 개발에 노력 중이다. 그 결과 2017년 파운드리사업부 출범 당시 14곳이던 IP 파트너는 현재 3.6배인 50곳으로 늘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각 공정별 핵심 IP를 모두 보유하고 있으며, 파트너사들과 지속적인 협력으로 포트폴리오가 지속 성장 중”이라며 “올해 파운드리 포럼에서 2나노 반도체 설계를 위한 IP 확보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등 최첨단 반도체 설계 고객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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