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정규직노동인권단체 ‘엔딩크레딧’이 제61회 방송의 날과 단체 출범 1주년을 맞아 성명을 발표했다. 엔딩크레딧은 “방송의 날 기념식 뒷면,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문제 성찰 없는 방송사들”을 비판하며 “비정상의 엔딩을 향한 우리의 싸움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름, 엔딩크레딧’은 지난해 9월1일 제60회 ‘방송의 날’ 기념식에서 공식 출범을 알렸다. 이들은 이날 한국방송협회가 주최한 방송의날 행사장에서 기습 시위를 벌이고 “우리는 일회용품이 아니다”, “우리는 방송을 만드는 노동자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엔딩크레딧엔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 당사자와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등이 참여하고 있다.
엔딩크레딧은 출범 이후 ‘무늬만 프리랜서’인 광주MBC와 ubc울산방송의 아나운서, 춘천MBC PD 등 방송 노동자들의 온전한 노동자성 인정을 요구하는 투쟁에 나섰다. 각 방송사와 국회, 고용노동청, 방송가 등을 찾아 기자회견과 집회, 국회 토론회와 각종 연대 활동을 벌였다.
엔딩크레딧은 지난 3일 성명에서 지난 1년의 활동을 되새기며 “우리는 그 모든 투쟁 속에서 새삼스럽게 방송 바닥은 여전히 불법 부당함과 불합리함이 판치는 현장임을 뼈아프게 재확인했다”며 “‘방송의 공적가치’를 운운하면서도 넘쳐나는 비정규직들의 열악한 현실에 눈감고 정당한 권리를 주장한 이들에 대한 협박과 고립, 불법적인 행태로 맞서는 공영방송의 후안무치한 행태를 마주했다”고 했다.
엔딩크레딧은 “거대 방송사를 상대로 맞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법률 투쟁의 결과가 이후 피를 말리고 생계를 위협하는 보복의 칼날로 되돌아오는 사례 앞에서 법은 한없이 무기력했다”며 “정규직 노동조합은 이 모든 비정상을 회피하거나 외면했고 때로는 비정규직 투쟁을 노골적으로 방해했다”고 했다.
엔딩크레딧은 이어 “그러한 비정상과 몰상식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엔딩크레딧’의 싸움을 멈출 수 없는 선명한 이유 역시 되새겼다”며 “1년 전 우리의 외침이 무색할 정도로 그 사이‘사용자’ 방송사들의 꼼수는 한층 악질적인 방식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둘러싼 정치적 격랑 속에서 방송 비정규직 이슈는 다시 뒷전으로 물러날 상황에 직면했다”며 “방송사들은 ‘경영상 위기’를 말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구조조정의 1순위로 ‘비정규직’을 거론한다. OTT 등장 이후 달라진 미디어 지형 속에서 방송 산업의 위기로 인한 여파가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전가되는 현실마저 또다시 목도하고 있다”고 했다.
엔딩크레딧은 “법의 테두리를 넘어선 더 큰 연대와 투쟁으로 거세게 밀려오는 사용자들의 저항과 외부의 변화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방송 비정규직 연대 투쟁의 구심체로서 더 많은 현장의 노동자들과 함께 싸우며 우리 단체의 존재 이유를 찾아가고자 한다”며 “방송 제작 현장의 ‘주류’인 비정규직들의 땀과 노력으로 프로그램이 제작되는 현실 속에서 그들의 외침과 투쟁이 계속되는 한, 비정상의 엔딩을 향한 우리의 싸움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2일 열린 제61회 방송의 날 기념행사에서 “방송 제작 구조와 노동 환경이 K컬쳐의 위상에 맞게 개선될 수 있도록 적극적 노력도 함께 요청드린다”며 방송계 노동 환경 개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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