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청년플러스포럼 오영우 에디터】 인디게임은 대형 게임사와 달리 소규모 팀이나 1인 개발자가 주도하는 창의적인 작품들이 주를 이루며, 최근 그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비주얼 노벨 장르는 텍스트와 이미지, 사운드를 통해 깊이 있는 서사를 전달하는데, 이는 AAA 게임들이 화려한 그래픽과 제작비를 앞세운 대작과는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데카트리게임즈의 이도현 대표는 인디게임의 이러한 본질을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가 개발한 ‘편집장’은 언론의 역할을 조명하는 독창적인 비주얼 노벨로, 플레이어에게 몰입감을 제공한다. 특히 풀 더빙을 통해 스토리의 감동을 극대화한 이 게임은 지난해 10월 출시 이후 GIGDC 2023에서 동상을 수상하며 인디게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더불어, 지난 7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이달의 우수게임’ 인디게임 부문에 선정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 대표는 「투데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인 개발자로서 겪은 도전과 어려움, 그리고 인디게임 시장에서의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특히 자금과 시간 관리의 어려움을 강조하며, 청년 개발자들에게 꾸준한 노력과 다양한 지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전했다. 그의 이야기는 인디게임과 비주얼 노벨 장르가 가진 독창성과 스토리텔링의 힘을 재조명하며, 차세대 게임 시장의 가능성을 밝히는 희망의 불씨가 되고 있다.
데카트리게임즈는 1인 인디게임 개발을 목표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른 게임 개발사를 다니며 취미로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어볼까’라는 마음으로 몇 가지 준비하던 것이 시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구상해둔 게임인 ‘편집장’을 완성해보자는 결심이 들었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 사업으로 시작해 1년 이내에 게임을 개발하고 출시하려 했다. 하지만 개발하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 결국 2년 정도 소요됐다. 다른 지원 사업도 신청하면서 자연스럽게 게임사를 만들게 됐다.
Q. ’편집장‘을 1인 개발로 진행하며 겪은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었나.
확실히 1인 개발은 저에게 큰 도전이었다. 이전에 회사를 다닐 때에는 너무 힘들어서 잠시 쉬어도 다른 팀원들 있으니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됐다. 그런데 1인 개발은 내가 잠깐 쉬면 프로젝트가 완전히 중단되는 것이 문제였다. 다른 인디게임 개발사를 보면, 전시회에 대표가 나가도 팀에서 개발을 이어가는데, 저는 그렇지 못해 어려운 점이 있었다. 전시회에 나가서 유저 피드백을 받는 건 정말 좋았지만, 그 사이에 개발이 중단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이게 맞는 방향인가’라는 고민도 많이 했다. 지난해 BIC(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와 같은 전시회에 참가하며, 1인 개발자로서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다시금 느꼈다.
또한 꾸준히 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을 하려 노력했다. 예전 같았으면 젊은 에너지로 무리해서라도 밤을 새우며 작업했겠지만, 이제는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Q. 어떻게 비주얼 노벨 장르의 게임을 개발하게 됐는가.
사실 비주얼 노벨 장르를 염두에 두고 게임을 개발한 건 아니었다. 처음엔 신문 편집을 주제로 한 간단한 게임을 구상했는데, 플레이어가 기사 제목을 선택하고 사진을 배치하는 정도로 시작했다. 당시에 미니게임처럼 간단하게 만들 생각도 했지만, 그렇게 하면 게임에서 기사의 무게감이 너무 가벼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스토리와 깊이를 더하기 위해 챕터를 나눴다. 주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기사와 서브 기사를 만들어 유저가 고민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게임의 분위기와 전달력을 고려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주얼 노벨 형식으로 발전했다. 특히, 1인 개발의 제약으로 인해 3D 연출 대신 최소한의 리소스를 활용해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찾다 보니 비주얼 노벨 형식을 선택하게 됐다.
Q. ‘편집장’의 큰 매력 중 한 가지가 풀 더빙이라고 느꼈다. 어떤 식으로 진행했나.
‘편집장’은 비주얼 노벨 장르라서, 텍스트 중심의 게임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텍스트와 타이핑 소리만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개발을 진행하면서 텍스트만으로는 유저들이 쉽게 지루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하던 찰나에 전 직장 동료였던 사운드 외주업체 대표 분이 성우 녹음을 강력히 추천했다. 사실 출시 일정이 촉박했기에 포기할까 고민도 했었는데, 그분이 무조건 해야 한다고 확신을 주셔서 성우 녹음을 진행했다. 녹음은 짧은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마무리됐고, 전체적으로 좋은 결과물을 얻었다.
Q. 풀 더빙임에도 주인공의 목소리를 녹음하지 않은 이유가 있는가.
연령과 성별 구분 없이 그저 플레이어 자신이길 바랐다. 그래서 처음부터 주인공인 편집장의 목소리를 넣지 않았다. 비주얼 노벨 장르를 게임 스트리머들이 주로 직접 읽으며 플레이하는 것을 봤기 때문에, 유저가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게끔 성우 없이 진행하려고 했다.
Q. ‘편집장’ 게임의 목적은 무엇인가. 게임을 하고 난 뒤 플레이어가 느꼈으면 하는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저는 ‘편집장’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게임을 하면서 새로운 재미와 참신함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런 재미를 느끼면서도, 자연스럽게 게임이 던지는 메시지를 고민하게 된다면 그것이 제가 의도한 바를 잘 전달한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부분이다. 유저들이 먼저 게임을 즐겁게 플레이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받아들이면 좋겠다.
게임을 개발할 때, 언론을 다룬 여러 영화들을 참고했다. 어떤 영화들은 통쾌한 결말을 제공했지만, 해결되지 않거나 다소 암울한 결말로 끝나는 영화들도 있었다. 저도 그런 다양한 결말을 통해, 유저들이 선택에 따라 신문사의 여러 모습을 볼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유저들이 각기 다른 루트를 플레이하면서, 기사로 어떻게 여론이 바뀌고 신문사가 어떤 선택과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 경험하게 하는 것이 제 목표였다.
Q. 언론을 주제로 게임을 만든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처음에는 사진 편집에 따라서 같은 사진이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워서 개발을 시작하게 됐다.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어떻게 붙일지 고민했는데, 탐정이나 형사 장르도 고려했었다. 하지만 그런 장르는 이미 많이 나와 있어서 차별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저 사진만으로 의미를 전달하려고 했지만, 큰 사진이 있는 타블로이드 스타일의 신문 같은 형식이 더 새롭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언론을 주제로 한 게임을 만들게 됐다.
Q. ‘편집장’ 속 이야기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것인가. 또 의도적으로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있었나.
주 내용인 지 의원과 관련된 이야기는 판타지가 섞여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 외 중간중간 나오는 사건들은 현실감을 주기 위해 실제 발생한 사건들을 많이 참고했다. 여러 언어로 번역해서 출시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게임에 등장하는 사건들을 외국에서도 이해할 수 있는 사건으로 구성하려 노력했다. 특히, 챕터 5의 장애인 관련 이야기는 꽤 오래 전 자료조사로 찾아본 것이었는데 지금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였기에 놀라웠다. 제가 설정한 기사들이 게임 출시 이후에도 뉴스에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사건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점들이 게임에 현실적인 무게감을 더해주는 요소가 됐다고 생각한다.
제게 가장 중요한 목표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유저들이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는 것이다. 메시지 전달보다는, 게임 자체가 주는 재미와 기사 편집 과정의 선택을 통해 유저들이 흥미를 느끼는 것이 우선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부가적으로 느낄 수 있는 메시지가 있다면 더 좋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게임의 재미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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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편집장」 [자료제공 = 데카트리게임즈]
Q. 게임 속 1990년대 신문사 환경을 재현할 때 어떤 자료를 참고했는가. 당시 신문사들의 역사적 사건이나 사례가 게임 스토리의 영감이 된 것이 있었나.
잘 모르는 분야다 보니 1990년대 신문사 환경을 재현하기 위해, 접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자료를 참고했다.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다큐멘터리와 영화는 물론이고 다양한 드라마까지 참고했다.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스포트라이트」 「트루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더 포스트」 등 다양한 영상을 보며 영감을 얻었다.
특히, 「더 포스트」는 워싱턴 포스트가 기밀 문서를 다루는 이야기인데, 그런 부분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차용했다. 물론, 게임에 직접 그런 설정을 넣지는 않았지만, 영화의 다양한 요소들을 참고해 게임의 이야기를 구성했다. 여러 영화에서 얻은 상황들을 잘 섞어보니, 자연스럽게 흥미로운 스토리가 계속해서 만들어졌다.
Q. 데카트리게임즈와 같은 청년 인디게임 스타트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해주신다면.
제가 1인 개발자로 ‘편집장’을 개발하면서, 투자 미팅을 가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혼자서 개발하는 1인 사업자는 투자 유치가 정말 어려웠다. 만약 제가 게임을 출시하고 큰 성과를 냈다면 상황이 달라졌겠지만, 결과가 소소하다 보니 투자자들도 1인 개발자로서는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안정적인 매출이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 됐다.
그래서 만약 스타트업을 시작한다면, 팀을 꾸려서 여러 명이 함께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인디 개발자들이 팀을 이루며 개발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물론, 1인 개발이 상황에 따라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지만, 가능하다면 팀을 구성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덧붙여 자금과 시간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도, 홍보와 마케팅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또 때로는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는 것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꼭 기억하셨으면 한다.
Q. 한국 인디게임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성장 요인이나 전망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저도 인디게임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접하고 있다. 실제 인디게임 유저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 시장도 커지고 있다. 반면 콘솔 게임, 특히 AAA급 게임의 유저 수는 정체되거나 감소하고 있어 이런 게임들은 출시 가격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 예상보다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대비해 인디게임 시장이 성장하는 이유는 세대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고 느다. 예전에는 콘솔 게임을 즐기던 세대가 점점 나이 들면서 여전히 그쪽에 머물러 있지만, 젊은 세대는 콘솔보다는 모바일이나 캐주얼 게임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돈을 지불하면 다른 유저보다 유리해지는 페이투윈(Pay to Win) 게임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는 주로 연령대가 높은 유저들이 선호하는 게임이다. 반면, 젊은 층은 로블록스 같은 간단하고 캐주얼한 게임을 더 즐기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인디게임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대가 교체되면서 인디게임의 간단하고 참신한 접근이 더 많은 유저들에게 호응을 얻고,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
Q. 한국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필요한 지원과 변화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한국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자금 확보와 개발 지속력이다. 대기업 뿐만 아니라 인디 개발사도 마찬가지로, 게임 개발을 유지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 지원 사업이 예전보다 많이 개선됐지만, 더 많은 공모전에서 상금이나 수상 부문을 늘려 인디 개발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이 많아지면 좋을 것 같다.
또한, 인디 개발자들에게는 개발 공간도 중요한 문제다. 원격 근무나 재택근무가 일반화된 시대지만, 개발자들이 한 공간에 모여서 협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원격으로 개발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딜레이나 소통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안정적으로 개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자금 지원과 개발 환경에 대한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
Q. 홀로 개발을 진행하다보면 나태해지기도 할 것 같다. 어떤 방식으로 일정을 관리하고, 동기부여를 했는지.
게임 개발을 하다 보면 나태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초기 기획 단계는 정말 재미있지만, 어느 정도 틀이 잡히면 개발이 점점 반복적인 작업, 일종의 ‘노가다’로 변하게 된다. 저는 이럴 때, 유튜브나 OTT 콘텐츠를 보면서 마음을 환기하고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컨디션 조절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특히, 건강이 나빠지면 하루, 이틀씩 작업이 밀리게 되는데, 그러면 그만큼 초조해지기 쉽다. 그런 상황에서 더 나태해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잘 관리하려고 했다.
전시회 준비는 저에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 전시회를 마감처럼 여기고, 그 기준에 맞춰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태해지지 않았던 것 같다. 홍보가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가능한 한 많은 전시회에 참가하려고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일정 관리와 동기부여를 지속할 수 있었다.
Q. 게임 ‘편집장’이 나온지 거의 1년이 됐다. 현재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는가.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긴 하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여러 아이디어를 놓고 계속 고민하는 초기 단계에 있다.
그 중 하나는 ‘아르고’라는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스토리로, 중동 지역을 배경으로 스파이 활동을 하는 기자의 이야기를 다룰 생각이다. 이 기자는 비밀 정보를 본국으로 몰래 전달하는 임무를 맡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를 펼칠 계획이다. 이 아이디어는 현실적인 고증이 필요한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또 다른 아이디어는 사람의 기억에 들어가 기억을 조작하고 편집하는 판타지적인 설정이다. 이 아이디어는 SF 요소를 포함하며, 창의적인 배경 설정이 가능해 더 재미있을 것 같지만, ‘아르고’와는 매우 다른 방향이어서 고민 중이다.
Q.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현재, ‘편집’이라는 키워드를 계속해서 활용할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지 고민 중이다. 1인 개발이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스케일도 고려할 사항이다. 다음 프로젝트의 스펙이 너무 커지지 않게 잘 조율해 가며 진행할 계획이다.
제 목표는 재밌는 게임을 만드는 것과, 저만의 독특한 캐릭터와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이다. 앞으로 만들 게임들도 이러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고려해 구상하고 있다. 얼마의 시간이 걸릴진 모르겠지만, 다음 게임이 나오게 됐을 때 많은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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