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야권 이사들(김찬태, 류일형, 이상요, 정재권)이 제13기 KBS 이사장을 선출하는 임시이사회에 참석하지 않고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에 신임 이사진에 대한 효력 정지 결정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야권 이사들이 참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열린 임시이사회에선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이 제13기 KBS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서기석 이사장은 선출 직후 “KBS가 방송의 공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공사 경영의 최고 의결기관이자 관리·감독기관으로서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서 이사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해 제21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수원지방법원장과 서울중앙지법원장을 거쳐 헌법재판관을 지냈다.
서 이사장은 직전인 12기 KBS 이사회에서도 1년여간 이사장을 맡았다. 야권 이사들은 지난해 10월 ‘서기석 이사장 해임 결의안’을 긴급 제출했지만 정족수 미달에 따른 이사회 무산으로 논의되지 못했다.
KBS 야권 이사 4명은 4일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조속한 KBS 새 이사 임명 효력 정지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 이사들이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는 자명하다. 대통령이 임명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의 ‘2인 상임위원 체제’가 지난 7월31일 위법적으로 KBS 새 이사 7명을 추천한 것은 원천무효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야권 이사들은 “두 상임위원은 방통위가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합의제 행정기구임을 망각한 채, 공모의 필수 절차인 심의마저 무시하고 졸속과 날림으로 7명의 이사를 추천하는 폭거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들 이사들은 지난달 27일 방통위의 KBS 새 이사 추천 및 대통령의 임명안 재가에 대한 효력정지를 구하는 집행정지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그러나 담당 재판부는 방통위의 기피 신청에 따라 심리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KBS 야권 이사 4명은 “앞서 8월26일 법원이 방통위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의 효력을 정지시킨 것에서 확인되듯 KBS 소송에서도 동일한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만 KBS의 경우, 오늘 이사회에서 긴급 안건으로 이사장 선출을 강행하고 나면 새 이사회가 스스로를 정당화하기 위해 속도전에 나설 게 뻔하다. 새 이사회는 KBS 구성원 절대 다수가 반대하고 있는 박민 사장의 조직개편안 처리는 물론이고, 오는 12월에 임기가 끝나는 박민 사장의 후임자 선정 작업도 서두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야권 이사들은 “이런 일들이 법적 정당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추천, 임명된 이사들의 속전속결과 일방통행으로 처리된다면, KBS는 공영방송으로서의 공공성과 공정성, 독립성에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을 게 분명하다”며 “누구나 인정하듯, 박민 사장이 취임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KBS는 국민의 방송에서 정권의 방송으로 변질됐고, 국민의 관심과 신뢰에서 멀어지는 2류 방송으로 추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12기 이사회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여권 성향 이사로 분류되는 이석래 이사가 박민 사장 선임 과정에서 벌어진 비상식적이고 부당한 ‘압력’을 공개한 것은 새 이사회의 효력정지 필요성을 더욱 확인시켜주고 있다”며 “2023년 10월 당시 사장 선임 규칙 등을 위반하며 박민 사장 선임을 주도한 서기석 이사장 등 두 명의 여권 성향 이사가 그대로 13기 이사회 이사로 추천·임명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KBS 출신인 이석래 이사는 8월29일 이사회 사무국을 통해 사내 게시글을 올리고 “현 사장의 임명을 제가 반대하던 시기 저에 대해 근거없는 마타도어를 퍼트리고 심지어 뒷조사에 협박까지 하면서 충성한 사람들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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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KBS 이사회가 열리기 직전 KBS 로비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피케팅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구성원 동의없는 직급체계 조직개편 추진하는 KBS 사장은 자격없다”, “졸속 개편 반대, 직원 의견 반영하라”, “수신료 제도 망가진 날 폭탄주 회식 낙하산 박민은 사퇴하라”, “미래 고민 없는 조속 개편 중단하라” 등의 문구가 쓰여있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날 피케팅에는 KBS본부 외에도 KBS노동조합, 같이노조 등 사내 각 노조와 기술인협회 등 현업 단체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했다.
박상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은 “낙하산 박민 사장이 하는 일에 누가 동의를 하고 있는가? 이렇게 반대하는 목소리를 저 6층에 있는 박민 사장은 전혀 모른단 말인가”라며 “주먹구구로 진행되는 조직개악안에 구성원들이 얼마나 반대하고 있는지를 이사들에게 확실히 보여주자”고 했다.
허성권 KBS노동조합 위원장은 “사측은 우리의 연대와 투쟁에 대한 의지가 약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더 공고하게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자”라고 말했다. 권준용 같이노조위원장도 “앞으로도 우리가 계속 연대해서 조직 개편을 막고 조직 개편 외에도 박민 사장이 무리하게 추진하는 모든 것들을 막아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날 이사회를 가리켜 “이사회 구성의 위법성을 다투는 가처분 신청과 소송이 제기된 상태에서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기 전에 졸속 선임된 이사회를 ‘알박기’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으며 “KBS를 쑥대밭으로 만든 박민 체제의 조력자인 서기석 이사장을 연임시켜 윤석열 정권과 부적격자 박민이 주도하고 있는 ‘KBS 파괴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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