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집에 줄 알았을 거 아니에요. 아들이 너무 놀라고 무서웠을 것 같고. 제가 좀 집에 안전하게 데려오고 싶었어요….”(김기현 씨 어머니)
부모 잃은 자식은 고아라고 하지만, 자식 잃은 부모는 부르는 말조차 없다.
지난 8월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23살 일용직 근로자 김기현 씨가 고압 전류에 감전되어 사망했다. 당시 김씨는 리모컨이 고장 났으니 타설 장비 전원을 직접 끄라는 지시를 받아 수동으로 전원을 끄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전해졌다.
지난 3일 JTBC는 김씨가 사망한 사고 현장의 CCTV 영상을 입수해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밝혔다.
CCTV 영상에서 김씨는 타설 장비 전원을 끄기 위해 계단을 올라 장치의 문을 열었는데, 손을 대자마자 감전됐다. 김씨는 약 20초 동안 몸을 떨다가 바닥에 쓰러졌다.
사고는 오후 4시 11분에 발생했고, CCTV로 쓰러진 김씨를 발견한 시각은 4시 40분. 그리고 4시 46분에 CCTV 각도가 바뀌어 김씨가 보이지 않았고, 5시 28분에서야 다시 김씨가 보이는 각도로 돌아왔다. 30분 동안 아무도 CCTV를 보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발견하고도 40분을 더 방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이다.
신고 일시는 오후 5시 26분이었다. 김씨는 1시간 15분가량 바닥에 쓰러진 채 방치돼 있었다. CCTV를 관리하는 원청 건설사는 왜 확인이 늦었고, CCTV가 갑자기 돌아간 건지 등을 물었지만 현장을 관리하던 하청업체 측은 ‘경찰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는 답만 했다.
충격적인 것은 건설 현장을 담당한 하청업체 대표의 태도였다. 23살 미래가 창창한 청년이 죽었음에도 김씨의 부모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는 게 매체의 설명. 대표는 김씨의 부모에게 “공사를 빨리 진행하게 조치해달라”는 내용의 처벌 불원서에 서명을 요구했다. 해당 서류에는 ‘사망한 김씨의 부모입니다’, ‘하청과 원청 최고 경영자와 임직원 등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 ‘빨리 공사를 다시 할 수 있게 부탁드린다’ 등 내용이 적혀 있었다.
김씨의 어머니는 “공사를 빨리 진행하게 조치해달라는 문구가 너무너무 화가 났다”며 “보자마자 그 사람들하고 말 한마디 안 하고 그냥 저희는 합의 못 한다고 나왔다”고 매체에 전했다.
또한 김씨의 부모는 김씨의 유골을 방안에 보관 중이라고 밝혔는데, 사고당하기 직전에 김씨는 어머니에게 퇴근이 얼마 안 남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박채아 에디터 / chaeA.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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