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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젊은 공시생 구역 아니에요”…청년들 떠난 노량진 학원가 채우는 이들

서울경제 조회수  

지난달 16일 오후 7시경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의 한 학원 앞. 한때 ‘공무원의 성지’로 불렸던 이곳에는 젊은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 대신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이들이 가방을 메고 강의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여럿 눈에 띄었다. 이들 중장년 또는 시니어 수험생들의 손에 들린 책은 공인중개사 국가자격시험 문제집이었다.

“더 이상 젊은 공시생 구역 아니에요”…청년들 떠난 노량진 학원가 채우는 이들
공인중개사학원에서 야간강의를 수강 중인 최련복 씨. 이연주 기자

최련복(71) 씨도 수험생 중 한 명이다. 수십 년 동안 요리학원 강사로 일했던 그는 지난 3월부터 요리학원 대신 공인중개사 학원으로 등원하기 시작했다. 최 씨의 하루 일과는 대입 수험생이나 청년 공시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전 7시에 집을 나서 학원을 찾은 그는 오전·오후수업을 연달아 듣고 야간수업까지 마치고 나면 깜깜한 밤이 된다. ‘수업이 끝나면 바로 귀가하느냐’는 질문에 최 씨는 의연한 표정으로 “독서실에서 남은 공부를 마무리한 뒤 집에 가야 한다”고 답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는 말을 실감케 하듯 그의 눈빛은 대입 수험생 못지않게 열정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최근 청년 공시생이 점차 줄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낮은 초봉과 열악한 처우 등을 이유로 공무원이 되려고 준비하는 청년들이 계속 줄고 있다는 얘기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공무원 채용시험 경쟁률은 21.8대 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쟁률은 최근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원자 수 역시 올해 10만 3597명으로 1년 새 14.8%가 줄었다.

반면 각종 자격증 시험 응시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중장년이 많이 응시하는 자격증으로 꼽히는 공인중개사, 주택관리사, 전기기사일수록 그 추세는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주택관리사 자격증 응시자는 2022년 1만 8084명에서 지난해 1만 8982명, 올해 2만 809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이 자격증은 합격자의 3분의 2가 50대 이상일 만큼 중장년 및 시니어의 응시율이 높은 편이다.

“더 이상 젊은 공시생 구역 아니에요”…청년들 떠난 노량진 학원가 채우는 이들
노량진 길거리에서 학원을 출입하는 중장년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연주 기자

택시기사 최정식(59) 씨도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노량진을 찾는다. 오전엔 택시를 몰지만 오후엔 공부에 몰두한다. 아파트 관리소장(생활지원센터장)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주경야독의 삶을 사는 것. 최 씨는 “요즘은 대부분이 아파트에 사니까 주택관리사의 전망이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며 “관리소장은 나이가 있는 사람들 선호한다니까 내 나이가 그다지 불리한 것도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바뀐 분위기를 증명하듯 노량진에 자리 잡은 상당수 건물들도 공무원시험 학원 대신 공인중개사, 주택관리사, 전기기사 등 자격증 관련 학원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학원 관계자들은 “노량진은 더 이상 젊은 공시생만의 구역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한 학원 관계자는 “주택관리사 학원의 경우 50대 수강생이 가장 많고 중장년과 시니어가 절반을 훌쩍 넘는다”며 “코로나19로 공시생이 절반 넘게 줄어든 반면 중장년 대상 자격증 학원 수강생은 전성기를 유지하며 여전히 포화상태”라고 설명했다.

“더 이상 젊은 공시생 구역 아니에요”…청년들 떠난 노량진 학원가 채우는 이들
노량진 학원가의 한 서점 벽에 전기기사 문제집 등 자격증 관련 서적 포스터가 여러 장 붙어 있다. 이연주 기자

인근 상인들의 인식도 비슷했다. 노량진 학원가에서 오래 영업해 온 한 서점 관계자는 “취업 외에도 다니는 직장에서 승진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려는 40, 50대 고객이 많다”며 “전기기사 자격증 관련 책도 꾸준히 잘 나가는 편”이라고 전했다.

노량진 학원가는 당분간은 은퇴 이후나 재취업을 준비하는 중장년들이 당분간 안정적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1000만 명에 육박하는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가 올해부터 은퇴를 시작하는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아직 일하고 싶다”는 뜻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단순 노무직이나 기간제 어르신 일자리가 아닌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되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는 이들도 더욱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장년들의 도전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면서도 신중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성희 서울중장년내일센터 소장은 “자격증을 준비하느라 본업 공백기가 생길 수 있고 자격증이 있어도 실무 최소 6개월의 실무 경력이 없다면 취업은 어려울 수 있다”며 “사전에 업계 동향 파악, 적성 검사 등을 거치고 ‘워크넷’ 등의 취업 관련 사이트에서 정보를 미리 확인한다면 자격증 취득 후에도 취업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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