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지방행보로 구미 찾아 반도체 간담회, 박 전 대통령
생가 방문, 이철우 경북지도사 면담 등 일정 소화 완료
‘정통 보수’ 색깔 찾기 위한 여정…성공적인 성과 거둬
李지사 면담에 “홍준표 견제 성공한 것” 주장 나오기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이후 첫 지방 일정으로 경북 구미를 찾아 전통 보수 지지층 결집 행보에 나섰다. 구미에 위치한 국가산업단지를 찾아 전폭적인 반도체 산업 지원을 약속한 것은 물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으며 정체성 확립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아울러 전당대회 당시 만나지 못한 이철우 경북도지사와의 회담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우군까지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동훈 대표는 3일 경북 구미를 찾아 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원익큐앤씨 현장방문을 시작으로 반도체 산업 현장 간담회,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방문, 이철우 지사 면담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우선 한 대표는 국가산업단지를 찾아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구미에 위치한 국가산업단지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지난 1969년 착공한 국내의 대표적인 내륙산업단지로 낙동강의 기적을 이끌어낸 산단으로 평가받는다.
이 자리에서 한 대표는 “국민의힘은 반도체 산업이 대한민국을 잘 살게 할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 그래서 반도체 특별법 통과를 우선하고 있다”며 “여기 오게 된 것 자체가 보고 배우고 응원해드리기 위한 것도 있지만, 대한민국의 국민께 산단이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홍보하는 기회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구미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거 보고 국민들께서 기분이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한 대표는 백홍주 원익큐앤씨 대표에게 직접 “정부가 특화 단지 등으로 지정하는 것이 기업입장에서 도움이 되는지”를 질문하는 등 적극성을 드러냈다. 이에 백 대표는 “관련 법(반도체 특별법) 등이 빨리 실행되는게 가장 중요하고, 특화단지에 맞는 했으면 새 인프라들이 구체적으로 빨리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한 대표는 백 대표가 말한 교통·실험·정주에 필요한 학교 등을 꼼꼼히 메모하기도 했다.
이어진 반도체 산업 현장 간담회에서 한 대표는 아예 “구미시가 보수의 심장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심장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또 그는 “구미가 반도체사업에 집중하고 클러스터화 해서 발전하는게 대한민국이 살 길이고, 경북을 발전시키는 길이고, 나아가서는 구미지역에 관심 갖는 모든 분들의 생각을 만족시키는 일”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 대표의 이날 방문의 하이라이트는 박 전 대통령 생가 방문이었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구미 사곡동에 위치한 박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추모관을 둘러보고 관계자들을 면담했다. 한 대표는 박 전 대통령 영정 앞에 참배한 뒤 방명록에는 “박정희 대통령님의 산업화 결단과 실천 덕분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앞서 한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인 지난 7월 13일에도 구미를 찾아 “박정희 대통령이 꿈꿨던 발전의 길로 다시 한번 되돌리도록 제가 옆에서 언제나 함께 하겠다”고 강조하며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업적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한동훈 대표의 약점 중 하나가 정통보수가 아니라는 이야기인데 보수계에 상징성이 있는 박 전 대통령을 찾고, 그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TK인 구미를 찾아 정책 행보를 했다는 것 자체가 정통층에게 지지를 호소하려는 목적”이라며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시기도 잘 골랐고, 메시지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한 대표가 전통 지지층 잡기에 성공한 것으로 봐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한 대표는 경북 구미 새마을재단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만나 면담을 가지기도 했다. 앞서 전대 기간 동안 이 지사와 면담을 추진했으나 불발됐던 전력이 있는 만큼 이번 만남은 한 대표의 TK내 입지를 강화해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이 지사와 함께 저출생 문제와 대구경북 행정통합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이 지사는 한 대표에게 “대구 따로 경북 따로 하면 수도권 일극 체제를 벗어날 수가 없다”며 “다극 체제를 만들어서 지방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대구·경북 행정통합 지원을 부탁했다. 이에 한 대표는 “이 지사가 워낙 저출생 등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많이 해오셨기 때문에 중앙당의 입장하고도 많이 일치된다”며 “같이 나가시죠”라고 화답했다.
이 지사가 한 대표에게 이 같은 요청을 꺼낸 건 홍준표 시장과 연결해 보면 의미가 있다. 지난달 27일 홍 시장은 그동안 추진해오던 대구·경북 통합논의 무산을 공식 선언하며 “통합논의는 장기과제로 돌리고 우리는 대구혁신 100에만 집중하는게 대구·경북의 갈등을 수습하는 방안이 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비해 이 지사는 입장문을 내서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난관이 있더라도 계속 진행돼야 한다”며 “‘수도권 일극체제’를 벗어나 다극체제를 만들어 지방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선 대구·경북이 앞장서서 행정통합을 실현해야 한다”고 한 시장과 정반대 입장을 낸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 대표가 이 지사의 ‘행정통합’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낸 것 자체를 눈 여겨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에선 한 대표가 이 지사와의 면담으로 홍준표 시장 견제라는 소기의 성과도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또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 한창 민감한 시기에 한 대표가 이 지사를 만나 행정통합 관련 대화를 나눴다는 건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다”라며 “한 대표 입장에선 우군을 확보하게 됐단 의미부여까지 가능한 만큼 이번 방문은 그냥 방문이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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