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성한 소비 활동을 펼치는 5060세대 ‘액티브 시니어’가 유통업계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면 초고령화 사회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도 전체 인구 20%가 65세를 넘는 초고령사회 진입이 머지않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949만700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액티브 시니어들이 구매력과 경험이 풍부한 만큼, ‘장년층을 위해 공 들였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시니어 친화 제품과 서비스에 반응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LG 경영연구원이 발표한 ‘향후 30년간 확대될 액티브 시니어의 소비파워’ 보고서에 따르면 55~69세 전체 소비지출 금액은 25~39세 전체가 소비하는 금액 대비 0.9배로 15년 전 0.4배에서 크게 성장했다.
특히 건강과 이어지는 먹거리 분야에서 이런 특징이 두드러졌다.
4일 NH농협카드가 액티브 시니어 소비자 카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4년 2분기 기준 액티브 시니어가 가장 애용하는 업종은 음식점으로 나타났다. 음식점 내 세부 업종에서는 뷔페(12.1%)와 패스트푸드(11.7%)가 시니어 소비에서 가장 큰 성장세를 보였다.
한식 뷔페 레스토랑 ‘자연별곡’은 5060세대에 맞춘 리브랜딩(re-branding)으로 개편에 성공한 사례다.
자연별곡은 이랜드 외식 사업 법인 이랜드이츠가 운영하는 한식 뷔페 레스토랑이다. 한식 뷔페 레스토랑은 2010년대 한때 자연별곡을 포함해 CJ푸드빌 ‘계절밥상’, 신세계푸드 ‘올반’ 등이 출점 경쟁을 펼쳤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지나며 자연별곡만 남았다.
2010년대 한식 뷔페 전성기 시절 각 레스토랑은 젊은 소비자층을 겨냥해 퓨전 한식과 유행을 타는 메뉴들을 주로 선보였다. 자연별곡은 위기를 5060세대 중심 메뉴를 앞세워 극복했다.
이랜드이츠 관계자는 “장년층이 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메뉴를 중심으로 샐러드바를 개편했다”며 “소화가 어려울 수 있는 튀김 요리 가지 수를 줄이고 생선구이나 보쌈처럼 연하고 먹기 편한 찜과 구이 요리 수를 늘렸다”고 말했다.
껍데기를 바르지 않고 먹을 수 있는 ‘한입 게장’ 같은 메뉴도 추가했다. 여기에 식사 후 따로 카페를 찾지 않아도 오래 자리를 이어갈 수 있게 음료와 후식 메뉴를 손봤다. 현재 이랜드이츠는 자연별곡에 따뜻한 차 3종과 식혜, 수정과를 구비하고 있다. 밤양갱이나 수제 과일정과 같은 전통적인 후식 메뉴도 준비했다.
이랜드이츠에 따르면 메뉴 개편 이후 자연별곡을 방문하는 5060세대 소비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이랜드이츠에 따르면 멤버십 가입자 기준 지난 1년 동안 자연별곡 연령별 방문객을 살펴보면 2023년 4분기 38.9%였던 50대 이상 소비자 비중이 올해 1분기 42%, 2분기 42.5%로 증가했다.
이랜드이츠 관계자는 “9월을 제외한 2024년 3분기에는 44.6%로 늘었다”며 “2024년 상반기 기준 자연별곡 매출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34% 뛰었다”고 전했다.
자연별곡은 이달 실시할 가을 메뉴 개편에도 시니어 소비자 의견을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버거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시니어 소비자를 위해 키오스크 사용법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0년대 인건비가 오르자 식당들은 키오스크와 테이블 오더 서비스를 대거 도입했다. 하지만 아직 시니어 소비자 가운데 상당수는 키오스크나 테이블 오더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 6월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함께 어르신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수원화성DT점에서 키오스크 현장 실습을 진행했다. 한국맥도날드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지난해 업무협약을 맺고 디지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교육 활동을 벌이고 있다. 맥도날드는 올 하반기 중 키오스크 교과서를 제작해 약 4000명에게 배포할 계획이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 역시 지난해부터 ‘디지털 마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마실은 서울시 디지털 배움터에서 무인 주문 기기 이용법을 배운 뒤 영업 매장에서 바로 주문 체험을 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롯데GRS는 지난 2월 서울시와 디지털 약자와 동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올해 시니어 소비자 1000여명이 이 교육을 이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롯데GRS는 전했다.
롯데GRS는 올해 2월 롯데리아 구로디지털역 매장을 복합 외식 매장으로 바꾸면서 시니어를 고려한 전용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시니어 키오스크는 저시력자와 고령층을 위한 고대비·음성 안내 기능 등을 탑재했다고 롯데GRS는 전했다.
식품업계에서는 일찌감치 ‘고령친화식품’, 일명 케어푸드 브랜드와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맞춤형과 초개인화에 반응하는 시니어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장년층 활동 범위가 늘어나면서 케어푸드도 아픈 사람을 위한 환자식에서 일상식 영역으로 들어왔다.
일동후디스는 지난 4월 성인 영양식 브랜드 ‘하이밀크’ 새 제품으로 고령자용 영양조제식품 ‘하이밀크 시니어 균형영양식’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2022년 식약처가 제정한 고령자용 영양조제식품 유형과 기준∙규격을 따른 첫 상품이다.
이 제품은 식약처 기준에 맞춰 비타민과 미네랄 20종을 함유해 5대 영양소 균형을 강화했다. 당류와 콜레스테롤은 기존 하이밀크 브랜드 제품 대비 50% 줄였다.
그 밖에도 대상웰라이프는 초창기 병원 납품 위주였던 환자식 브랜드 ‘뉴케어’를 일반 소비자용 제품군으로 확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20~30대가 고금리, 집값 상승 등으로 소비를 주저하는 사이,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50~60대 소비자들은 여가 생활을 적극적으로 즐기고, 노후의 추억을 만들고자 소비를 활성화하고 있다”며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수록 액티브 시니어는 계속 증가할 예정이라 식음료업계에서 5060세대 취향과 특성을 반영한 제품과 서비스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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