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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신속히 통과됐지만…“처우개선 빠진 PA 합법화 중심”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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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간호법이 재석 290인, 찬성 283인, 반대 2인, 기권 5인으로 가결된 서울 여의도 국회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28일 간호법이 재석 290인, 찬성 283인, 반대 2인, 기권 5인으로 가결된 서울 여의도 국회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22대 국회 들어 간호법이 빠르게 통과됐으나 여전히 일선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간호법 국회 통과 이후 간호사 직무 범위와 처우 개선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간호법이 간호사의 처우 개선보다는 진료지원(Physician Assistant, 이하 PA)간호사의 합법적 근거를 개설하는 데 치중돼 있다는 까닭에서다.

PA간호사는 20여년 전부터 의료현장에서 의사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등장했으며, 의사의 진료와 수술 등을 지원하고 특수검사나 시술 등 의사의 업무를 대신해 수행해 왔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PA간호사의 업무에 대한 규정이 없었던 탓에 PA간호사들은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수행업무가 무면허 의료행위일지도 모른다는 법적 불안을 호소하며 PA합법화를 촉구해 왔다.

올해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해 불거진 의료공백을 대처하는 과정에서 PA간호사들이 의료 인력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시범사업을 거쳐 다음해 6월부터 PA합법화를 골자로 한 ‘간호법’ 현장 적용에 돌입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간호법 제12조에 명시된 간호사 업무는 ▲환자 간호 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의사 지도 하 시행하는 진료 보조 ▲간호 요구자 교육·상담·건강증진 활동을 위한 기획·수행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건 활동 ▲간호조무사 업무 보조 지도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PA간호사 합법화는 환영할 일이나 여전히 간호사의 노동환경과 업무 강도 등 법적 처우에는 개선할 지점이 많다는 입장이다.

30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30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직 간호사였던 A씨는 “통과된 간호법을 확인해 보니 간호법이 아닌 PA법이 아닌가 싶었다”면서 “간호사 인당 환자 수를 명확히 조정하거나 간호사 수당을 따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처우 개선이 포함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PA간호사가 법적 보호를 받게 되고 간호사 자격 전문성이 향상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다행이지만 간호사 처우 개선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 같다”며 우려했다.

간호법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인 지난달 28일 행동하는간호사회 측은 성명을 통해 “현재 병원 현장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진료지원 업무범위, 인력기준, 교육수련과 관련된 내용은 모두 보건복지부령으로 넘겨졌다”면서 “이는 그 동안의 진료지원 시범사업에 대해 불법의료 시비 등을 피해가고 더 값싼 값으로 의료 인력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남서울대학교 이주열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간호사 업무 범위에 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기 전에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면서 간호법 제정이 섣불리 진행된 것”이라며 “병원 경영자 입장에서는 PA간호사 업무를 최대한 늘려 인건비를 줄이도록 할 것이고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 입장에서는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고 짚었다.

의정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 교수는 “이번 간호법 제정으로 내년 6월 이후에 PA간호사는 법적 근거를 갖게 되는데 PA간호사의 역할 및 업무 범위는 시행령에 규정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의료계와 간호계 간에 갈등이 예상되고 의정갈등 역시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현재 우리나라 보건의료 인력 체계에서는 의사의 역할의 일부가 간호사에게 넘겨지고 간호사의 역할 중 일부가 간호조무사에게 넘어간다. 보건의료 인력 업무에 대한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 교수는 PA간호사는 꼭 필요한 인력이며 이번 간호법 역시 구체적인 업무 범위와 의사 협업이 동반된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투데이신문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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