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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BI 편입 경고등… 전문가 50% “거래 실적 부족, 내년 3월 노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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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국채지수(WGBI) 10월 편입에 경고등이 켜졌다. 채권시장 전문가 과반수는 우리나라 국채가 내년 3월에야 WGBI에 편입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채통합계좌 개통과 외환시장 야간거래 허용 등으로 제도적인 여건은 조성됐지만, 아직까지 실거래가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WGBI는 영국 런던 증권거래소그룹산하 ‘파이낸셜타임즈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발표하고 있는 국채지수다. 블룸버그·바클레이즈 글로벌 종합지수, JP 모건 신흥국 국채지수 등과 함께 세계 3대 채권지수로 분류된다. 현재 미국과 중국, 멕시코 등 24개국 국채가 포함돼있으며, 추종 자금은 2조~2조5000억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 “6월 개통된 국채통합계좌 등 안착하려면 시간 더 걸려”

3일 조선비즈가 국내 증권사 채권·거시 전문가 10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5명(50%)은 WGBI 편입 시점으로 내년 3월을 꼽았다. 10월을 고른 사람은 4명(40%)이었다. 나머지 1명은 WGBI 편입이 불가능하다는 기타의견을 냈다. WGBI 편입 여부는 통상 매년 3월과 9월에 확정된다. 올해는 하반기 발표가 다소 늦어져 9월이 아닌 10월 8일(현지 시각)에 공개된다.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응답자들은 10월 WGBI 편입이 어려운 이유로 국제 예탁결제기구(ISCD) 중 하나인 유로클리어가 지난 6월 한국에 개통한 국채통합계좌(Omnibus Account)를 활용한 채권 실거래가 아직 부진하다는 점을 들었다. 국채통합계좌는 ISCD가 상대국에 개설하는 통합계좌다. 이를 사용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계좌 개설 없이 한국 국채에 직접 투자할 수 있다.

국채통합계좌는 WGBI 평가항목 중 하나인 시장접근성 레벨을 높이기 위해 개통한 것이다. WGBI에 포함되려면 ▲국채발행 잔액 500억달러(73조6450억원, 원·달러 환율 1339원 기준) 이상 ▲국가 신용등급 S&P 기준 A- 이상(무디스 A3 이상) ▲시장접근성 레벨2 등 세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한국은 그간 시장접근성이 레벨1에 머무른 탓에 WGBI 편입에 번번이 실패했다. 특히 ▲비거주자 조세 부담 ▲외환시장 개방성 ▲글로벌 예탁기관 이용 편의성 등 항목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인 등록제 폐지, 국채통합계좌 시행 및 외환거래 시간 연장 등 제도적 필요조건은 모두 충족했다”면서도 “그러나 아직까지 해외투자자들의 주관적 평가에서는 완벽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고 했다. 그는 “제도 시행이 6~7월 중 시작된 만큼 실질적으로 체감되기까지는 시간적인 여유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정량적인 요건은 충족됐는데 정성적인 평가 과정이 관건”이라면서 “3월보다 시스템적으로 많이 개선된 것에 가중치를 둬 투자자들이 좋게 평가할지, 실무 거래가 아직까지 크게 바뀐 것이 없는 걸 감안해서 평가를 야박하게 할지는 잘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10월 편입 가능성이 남아있긴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 “外人 투자 비과세 절차 개선하고 RFI 보고의무 줄여야”

전문가들은 원활한 WGBI 가입을 위해서 제도적인 보완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의 국채·통안채 거래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편됐지만, 세금을 면제받는 절차가 복잡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지적이 있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닥 지수와 원·달러 환율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닥 지수와 원·달러 환율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조 연구원은 또 외환시장 개방과 관련해 해외에서도 원화를 사고팔 수 있도록 돕는 해외외국환업무 취급기관(RFI)의 보고 의무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했다. 조 연구원은 “원화 거래시 내용을 보고할 의무가 있어 까다롭다는 평가가 있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미세조정이 필요한 점들이 더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 투자자들을 포섭하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WGBI를 추종하는 자금의 약 30%가 일본 투자자에게서 나온다는 점에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WGBI를 추종하는 가장 큰 패시브(시장 지수를 추종하여 시장 평균의 수익을 추구하는 자금) 자금 중 하나가 일본계”라면서 “일본 투자자들을 끌어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일본 투자자가 한국 국채 투자를 늘려야 WGBI 편입이 수월해진다는 뜻이다.

WGBI 편입에 성공할 경우 예상되는 기대효과는 70조원을 훌쩍 넘는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WGBI 투자금 중 2~2.5%가 유입된다고 하면 원화로는 70조~90조원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규 자금 유입 효과가 점진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 국고채 순증이 올해보다 34조원이상 늘어나는 부담을 WGBI 지수 편입을 통해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규 자금은 장기 국채 금리를 대폭 낮출 전망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WGBI 편입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장기국채 금리를 30bp(1bp=0.01%포인트)에서 60bp까지 하락시킬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외국인에게 세금을 면제시켜주는 것보다 금리 하락으로 정부의 국채조달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더욱 클 것”이라고 했다.

◇ 설문에 참여하신 분들

▲강승원 NH투자증권 채권전략팀장 ▲공동락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문홍철 DB금융투자 자산전략팀장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 ▲신얼 상상인증권 투자전략팀장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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