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제22대 국회 개원식에 불참했다. 대통령의 개원식 불참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국회 정상화가 먼저”라며 개원식 불참을 야당과 국회 탓으로 돌렸다. 야권은 윤 대통령의 결정을 비판하며 국정기조 전환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대통령실은 2일 윤 대통령의 개원식 불참 결정을 공지하며 “특검, 탄핵을 남발하는 국회를 먼저 정상화하고 초대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야당이) 대통령 탄핵을 입에 올리고, 대통령이 계엄을 준비한다고 주장하는 마당에 (개원식에) 어떻게 갈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의 ‘야당 탓’ ‘국회 탓’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을 일축하며 내건 선결 조건도 ‘국회 정상화’였다. 갈등을 겪는 게 야당만도 아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공개적으로 불협화음을 빚은 게 올해 들어서만 4차례가 넘는다. 언제 돌아설지 모를 당내 ‘친윤’ 세력과 30%도 되지 않는 고정 지지층에 업혀 임기를 채우겠다는 셈법이란 해석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국회와 거리를 두면서 윤 대통령이 매달리는 건 국정 성과 홍보다. 경제 성장을 위해 임기 동안 기울인 노력들을 상당 시간 열거한 뒤 “(저의) 이런 노력들이 경제 성장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 “우리의 경쟁력과 성장 추세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한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이 대표적이다. 당시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의료·연금개혁 등 ‘4+1’ 개혁의 임기 내 완수를 거듭 다짐했지만, 그가 끝마치겠다는 개혁 과제들은 국회의 협조 없이는 달성이 불가능한 것들이다.
민심도 싸늘하다. 이날 결과가 공개된 리얼미터의 국정지지도 조사(8월26~30일, 2513명 유무선 자동응답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에선 긍정 평가가 29.6%에 그쳤다. 리얼미터 조사로는 윤 대통령 취임 뒤 두번째로 낮은 수치다. 앞서 한국갤럽이 지난달 30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8월27~29일, 1002명 전화조사원 인터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도 비슷했다. 이 조사에서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일주일 전보다 4%포인트 하락한 23%로, 취임 뒤 두번째로 낮았다. 부정 평가 이유 1위는 ‘경제·민생·물가’(14%)였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개원식 불참에 “국민과는 담을 쌓고 오직 자신의 갈 길을 가겠다는 오만과 독선의 발로”라고 비판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어떤 핑계도 민주화 이후 현직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불참하는 헌정사의 불명예를 가릴 수는 없다”며 “지금이라도 오만과 독선의 국정 운영을 중단하고, 국회를 존중하기 바란다”고 했다. 반면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국회 정상화가 더 시급한 문제”라며 대통령의 선택을 ‘엄호’했다.
임기 시작 96일째에야 ‘대통령 없는’ 초유의 ‘지각 개원식’을 열게 된 우원식 국회의장은 개원사에서 “국회를 존중하지 않고, 국정 운영에 성과를 낼 수 없다”고 윤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한겨레 이승준 기자 / gamja@hani.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