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마스전쟁 발발 후 첫 대규모 시위…벤구리온 국제공항 등 노조 파업
팔레스타인 무장 테러단체 하마스가 납치한 이스라엘 인질 6명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구출 직전 살해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스라엘 사회가 분노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하마스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전시위가 벌어지고 최대 노동운동 단체는 총파업에 돌입했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텔아비브·예루살렘 등 이스라엘 각지에서 70만명 규모의 시위대가 거리로 뛰쳐나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전시 내각을 향해 “즉각 휴전 협상에 나서 인질들을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시위에 참가한 요탐 피어(24)는 BBC에 “인질 6명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더는 침묵할 수 없었다”며 “우리에게 (휴전 아닌)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다. 미국 CNN방송은 이스라엘에선 지난해 10월 이후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가 산발적으로 열려 왔지만 이번만큼 규모가 커진 적은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 책임자들을 잡을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라며 전쟁을 이어갈 뜻을 분명히 했다.
이스라엘군이 앞서 지난해 10월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 6명이 가자지구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발표하자 휴전 협상을 사실상 거부해온 네타냐후 총리를 향한 국민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시위대는 인질들 사진과 함께 ‘그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라’ ‘인질 사망은 네타냐후의 책임’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일부 시위대는 이스라엘 국기로 덮인 관을 어깨에 메고 텔아비브의 이스라엘군 본부 앞에 모여들었다.
특히 조합원 수 80만 명의 최대 노동운동 단체인 히스타드루트(이스라엘 노동자총연맹)도 즉각 휴전을 요구하며 2일 총파업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7시부터 히스타드루트가 이끄는 총파업 개시에 맞춰 인질 가족이 참여하는 시위대가 텔아비브 등지의 주요 교차로 10여곳에서 거리를 봉쇄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국기와 인질 석방의 의미를 담은 노란색 깃발, ‘죽음의 정부에 반대한다’고 쓰인 피켓 등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총파업에는 운송과 유통, 행정 등 분야 주요 노동단체가 가담했다.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 노조는 이날 오전 8시부터 공항 운영을 중단했다. 히스타드루트는 지난해 네타냐후 총리가 사법 정비 입법에 반기를 들었던 요아브 갈란트 장관을 해임하려 했을 때도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번 시위가 가자전쟁의 일대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네타냐후 정권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다”면서도 “대규모 시위가 휴전과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움직임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고, 네타냐후 정권을 전복하고 새로운 선거를 요구하는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인질 6명의 시신을 수습했지만 이들 모두 구출되기 직전에 살해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더욱이 살해된 인질 가운데 일부는 최근 진행된 휴전 협정의 석방 대상자였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시민들은 격분했다. 인질 가족들은 이날 “지연과 방해 행위, 변명이 없었다면 우리가 사망소식을 들은 이들은 아직 살아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살아남은 인질이라도 집으로 데려와야 할 때”라고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에서 납치해 억류 중인 인질은 현재 수십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안위는 미국이 주도하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협상 동력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 변수로 주목된다.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스라엘 당국은 1일(현지시간) 현재 64명이 생존한 채로 가자지구에 남아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마스에서 풀려나거나 시신으로 회수되지 않은 인질의 수는 97명으로 33명이 납치될 때나 가자지구 내 억류 중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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