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서 8층짜리 모텔을 운영 중인 윤기환(52)씨는 “객실과 복도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2일 조선비즈 기자에게 말했다.
지난달 말 부천 호텔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친 사고가 계기가 됐다고 한다. 당시 화재가 발생한 호텔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초기 진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자 소방청은 ‘여기어때’ ‘야놀자’ 등 숙박 예약 애플리케이션에 숙박 업소의 스프링클러 설치 여부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윤씨는 “부천 호텔 화재 사고 이후 손님이 크게 줄지 않아 마음 놓고 있었는데 숙박 예약 애플리케이션에서 스프링클러 설치 여부를 공개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면서 “곧바로 스프링클러 업체에 문의해 설치 견적을 뽑았다”고 말했다.
윤씨는 지난 2015년 모텔을 차렸다. 당시에는 이 모텔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아도 소방법 위반이 아니었다. 이후 2018년에야 6층 이상 숙박 시설에는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를 반드시 설치하도록 소방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윤씨처럼 2018년 이전에 모텔을 세운 경우에는 개정된 법이 적용되지 않았다.
이렇게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숙박 업소 주인 중에 이미 스프링클러 설치 공사를 진행 중인 경우도 있다. 서울 강동구에서 모텔을 운영 중인 김모(46)씨는 “현재 모텔 내 스프링클러 설치 공사를 하고 있다”면서 “(숙박 예약) 앱에 떡하니 스프링클러가 없다고 돼 있으면 나 같아도 그 모텔은 안 갈 거다”라고 말했다.
스프링클러 설치 업체들도 호황을 맞고 있다고 한다. 동작구에서 15년간 스프링클러 설치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57)씨는 “화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봄과 겨울에는 일이 많지만 여름, 가을은 보통 한가하다”면서 “최근에는 숙박 업체나 고시텔 등에서 스프링클러를 달아 달라는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문의가 2배 정도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스프링클러 설치 비용은 숙박 업체 면적에 따라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억단위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공사 기간도 1~2주가 걸린다. 영등포에서 스프링클러 설치 업체를 운영 중인 안모(49)씨는 “최근에 문의가 확실히 늘었지만 생각보다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며 (설치를) 안 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한편 숙박 업소의 스프링클러는 지난 1981년 11층 이상에 설치하도록 규정됐다. 이후 관련 규정이 지속적으로 강화됐다. 2005년에는 11층 이상 숙박시설 전 층에 설치하도록 의무화됐다. 또 2018년부터는 6층 이상 숙박시설 전체 층, 2022년에는 층수와 상관 없이 모든 숙박 시설에 설치하도록 강화됐다. 다만 그 이전에 지은 숙박시설들은 개정된 법 적용을 받지 않아 설치 의무가 없다. 화재가 났던 부천 호텔도 2003년에 지어져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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