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 시장에 쏟던 힘을 빼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인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이면서 스마트폰·가전제품 보급률은 낮아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는 판단에서다. 인도 정서에 적합한 제품 출시를 통해 충성 고객을 확보하면 인도 ‘국민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인도는 ▲2023년 국내총생산(GDP) 세계 5위 ▲2024년 주요국 경제성장률 전망 1위(IMF) ▲국민 평균 연령 29세 등 앞으로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20~30대 젊은 고객이 많고 중산층도 늘었다. 스마트폰·가전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 수요도 급증한다.
중국 시장에서 2013년 20%를 웃돌며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2018년 0.8% 점유율로 추락한 이후 7년째 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애국 소비와 반한 감정 등에 힘입어 내수시장을 장악한 중국 기업의 영향력에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한 것이다. 10년 전 휴대폰으로 삼성전자와 중국 시장을 나눠 가진 LG전자에도 더이상 중국은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다.
양사는 인도 시장에서 이미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중이다. 경영진도 잇따라 이곳을 방문해 중요 거점임을 강조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매액 기준 25%의 점유율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비보(19.2%), 샤오미(18.8%)를 이어 3위(17.5%)를 기록했지만, 판매액 기준으로는 25%를 차지해 비보와 샤오미를 제쳤다. 삼성전자는 인도 TV 시장에서도 올해 1분기 16%의 점유율로 1위를 지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7월 13일 인도 최대 경제도시 뭄바이(Mumbai)를 찾아 현지 IT 시장 상황을 살펴봤다. 삼성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인도 시장 공략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 회장은 또 세계적 부호이자 인도 최대 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회장인 무케시 암바니의 막내아들 결혼식에 참석하며, 인도 네트워크에 공을 들였다.
한종희 부회장도 7월 29일(현지시각) 인도 뉴델리 인근의 노이다 공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임직원을 격려했다. 올해 3월에 이은 두 번째 인도 방문이다.
한 부회장은 “인도는 가장 크고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다”라며 “삼성에 엄청난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는 인도에 투자한 최초의 회사 중 하나다”라며 “노이다 공장이 인도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큰 제조시설 중 하나로 올라서 기쁘다”고 말했다.
LG전자의 2024년 반기보고서를 보면 LG전자 인도 법인은 상반기 매출 2조869억원을 기록하며 반기 기준으로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넘어섰다. 2023년 연매출인 3조3009억원 돌파가 확실하다. LG전자는 지난해 인도 시장에서 에어컨과 OLED TV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는 2023년 20억루피(300억원)를 투자해 인도 푸네 공장에서 양문형 냉장고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신규 라인의 연간 생산 능력은 10만대가 넘는다. 또 2023년 말 조직개편에선 B2B인도사업실을 B2B인도사업담당으로 격상했다. 또 올해 첸나이 지역에 B2B 영업 거점인 ‘비즈니스 이노베이션 센터(BIC)’를 신설했다. 노이다, 뭄바이, 벵갈루루에 이은 네 번째 거점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최근 인도법인의 기업공개(IPO)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업계에선 LG전자가 인도법인 IPO에 성공하면 최소 5억달러(7000억원) 이상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조 사장은 8월 27일 블룸버그텔레비전 인터뷰에서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IPO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아직은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LG전자는 IPO, 유사 산업 및 유사 IPO 사례 측면에서 인도 시장의 진행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IPO를 위한 기업 평가가치 등은 아직 산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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