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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일 회담이 서로 간의 거리감만 확인한 채 사실상 ‘빈손’으로 종료됐다. 어렵사리 마련된 논의 테이블에는 여야 간 이견이 큰 쟁점 현안들이 폭넓게 다뤄졌지만 두 대표 모두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선에서 그치면서 실효성 있는 ‘통 큰 합의’는 없었다는 지적이다.
양당 대표는 이날 회담 직전인 모두발언에서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듯 신경전을 펼쳤다. 당초 각 7분씩 예정됐던 모두발언은 막판에 10분으로 늘리기로 합의됐지만 두 사람 모두 이를 훌쩍 넘겨 한 대표는 13여 분, 이 대표는 18여 분이나 할애했다. 한 대표는 “이 대표가 먼저 말하라고 양보해주셨다”며 운을 뗀 뒤 “11년 만에 열린 이번 여야 대표 회담이 이견을 좁히고 공감대를 넓히는 생산적 정치, 실용적 정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며 훈훈한 초반 분위기 속에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양당 대표가 공식 회담을 갖는 것은 2013년 당시 황우여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 이후 처음이다.
한 대표는 “민생이 무엇보다 우선”이라며 자신이 핵심 의제로 꺼내들었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비롯해 저출생 패키지 3법,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촉법소년 연령 하향, 인공지능(AI) 기본법, 반도체 특별법 등의 우선 처리를 요구했다. 아울러 원자력·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 여야 간 ‘에너지 공동선언’을 제안했다.
반면 이 대표가 민생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서는 ‘현금 살포’라고 규정한 뒤 “쓸 수 있는 혈세는 한정됐고 개인들이 느끼는 격차의 질과 수준이 다 다르기 때문에 모두에게 획일적으로 똑같은 복지가 아니라 모두의 필요에 맞춰진 복지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 개혁을 촉구하는 과정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소환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이 대표님과 민주당에 대한 수사나 기소에 관여한 검사들을 상대로 시리즈처럼 해온 민주당의 탄핵은 곧 예정된 판결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빌드업으로 보는 분들이 많다”고 지적하며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남용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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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원고를 읽기보다 앞선 한 대표의 발언을 맞받아치는 데 집중했다. 이 대표는 민생회복지원금과 관련해 “(한 대표가) 현금 지원이라고 말하는데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며 “차등·선별 지원을 하겠다면 받아들일 용의가 있으니 적정한 선에서 협의해서 지원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한 대표가 언급한 정치 개혁과 관련해서도 “국회의원의 특권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상응하는 대통령의 소추권에 대해서도 같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행정적 독재국가로 흘러갈 위험성이 매우 높다”며 “(한 대표가) 법 앞의 평등을 말하던데 법 앞에 형식적으로 평등할지는 몰라도 검찰 앞에서는 매우 불평등하다”고 반박했다.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서는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추천과 제보 조작 의혹을 모두 수용하겠다며 결단을 압박했다. 이 대표는 “소소한 조건들을 추가한다면 그 역시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한 대표가) 말했던 것이기도 하고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니 결단해달라”고 촉구했다.
의료 개혁을 놓고도 양측은 미묘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한 대표는 정부와의 갈등을 의식한 듯 “당 대표로서 의료 개혁의 본질과 동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당장의 국민들 염려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한 반면 이 대표는 의료 대란이 회담 의제에서 빠진 점을 지적하며 “한 대표도 정부와의 갈등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안을 내시기도 하는 것처럼 의료 대란 문제는 국민의 생명에 관한 문제”라면서 “여야가 함께 해법을 강구해보자”고 요구했다.
한 대표의 금투세 폐지 추진에 대해서는 “막연한 세금 깎아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식시장 살리기’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결이 다른 주장을 내놓았다. 다만 이 대표는 “금투세를 당장 시행하는 것은 정부 시책의 부족에서 온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 대폭 완화해서 시행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해보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한 대표는 이 대표를 향해 “한 달에 한 번이나 두 달에 한 번 정도로 대표회담을 정례화하자”고 제안했다. 그간 여야 지도부의 대화 창구가 굳게 닫힌 점이 협치의 장애물로 지적된 만큼 복잡한 현안을 풀어낼 논의의 장을 정기적으로 갖자는 취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이번 대표 회담이 국회 정상화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무엇보다도 여야 간 큰 이견이 없는 민생 법안에 대한 민생 패스트트랙 국회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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