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 초 ‘늦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고되면서, 정부가 전력 수급 대비에 나섰다. 본래 이달 초 정비에 착수할 예정이던 발전기들의 정비 시기를 1~2주가량 미뤄 발전 공급 능력을 2GW(기가와트) 이상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전날 전력거래소 경인전력관제센터에서 ‘여름철 전력 수급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9월 전력 수급 전망과 전력 설비 관리 계획을 논의했다.
◇ 2011년 9월 15일 ‘블랙아웃’ 재현 않도록 대비
통상 7월 셋째주부터 8월 셋째주까지는 ‘여름철 집중 관리 기간’으로 발전 설비를 최대한 가동하고, 가을에 접어드는 9월부터 본격적으로 발전기를 순차적으로 정비해 겨울철을 대비하는 일정이다. 그런데 올해는 9월 첫째주와 둘째주에도 평년 대비 높은 기온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평년 기온 대비 높을 확률이 9월 첫째주 60%, 둘째주 40%로 전망됐다.
이에 산업부는 애초 첫째주 정비에 돌입할 예정이던 7개 발전기 정비를 1~2주 순연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에 공급 능력을 2GW 이상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며 “그 결과 10GW 이상의 예비력(최대 전력 공급량-최대 전력 수요량)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 건설된 시운전 발전기와 예비력 부족 시 가동할 수 있는 약 7GW의 예비 자원도 준비돼 있다”고 했다.
실제로 과거에도 늦더위가 찾아온 9월에 ‘블랙 아웃’(대규모 정전) 사태(2011년 9월 15일 늦은 오후)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에도 늦여름의 폭염이 지속돼 전력 예비율이 떨어진 데다, 발전소의 정비·긴급 고장 등으로 공급이 수요에 대응하지 못했다.
◇ 전력 총수요 ‘100GW 시대’… “태양광·전력망 대응 시급”
전력당국은 비단 올해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최대 전력시장 내 수요는 2020년 89.1GW였는데, 올해는 97.1GW로 9%나 증가했다. 시장 내 수요에 한전 직접구매계약(PPA)과 자가용 태양광 발전 등 전력시장 외 수요를 더한 총수요는 같은 기간 92.8GW에서 올여름 103.5GW를 기록해 4년 만에 11.5% 급증했다. 이는 태양광 설비가 늘어난 영향이다.
문제는 태양광 발전의 전력 기여도가 높아졌지만, 날씨·시간 등에 영향받기 때문에 변동성 또한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다. 올여름 전국 태양광 설비는 약 31GW 규모였다. 2020년 말과 비교해 배로 불어난 것이다. 이때 날씨가 흐려 태양광 이용률이 낮아지면, 예비력은 그만큼 감소하게 된다. 게다가 이런 태양광 설비의 약 40%가 호남권에 집중돼, 호남 지역에 구름이 생기면서 태양광 이용률이 급락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따르면, 2030년 태양광 설비 용량은 60GW까지 불어나는데, 단순 계산 시 태양광 이용률이 10% 감소하면서 예비력이 6GW 낮아지는 셈”이라며 “태양광을 확대하려면 발전량의 예측·감시·제어 능력을 확보하고, 안정적 전원과 백업 설비로 변동성을 완충할 ‘전원 믹스’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력당국은 또 부족한 전력망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여름 역대 최대 전력수요를 기록한 지난달 20일(최대 전력수요 97.1GW 기록)에도 일부 발전 설비는 전출력으로 운전하지 못하고, 제약 운전 또는 정지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 설비는 동해·충청 등에 집중해 있는데, 전력 수요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서다. 이를 적절히 끌어 쓰려면 발전기 규모에 걸맞는 송·변전 설비가 충분히 확보돼야 하는데 부족한 현실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발전기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가동하려면 송·변전 설비의 적시 구축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전력망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했다.
전력망 특별법은 전력망 주민 수용성 저하에 따른 건설 지연으로 기존 한국전력공사 단독 대응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범부처 전력망위원회의 신설·인허가 특례·보상 확대 등 국가 차원의 지원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송·변전 설비 건설 기간이 현재 대비 약 3~4년 단축되는 효과가 기대되지만, 22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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