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TH)’이 지구로부터 5400만 광년 떨어진 초질량 블랙홀을 사상 최고 해상도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 협력단(ETH Collaboration)은 2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천문학 저널(The Astronomical Journal)에서 2019년 M87* 초대질량 블랙홀과 2022년 궁수자리 A 블랙홀(Sgr A*)의 이미지를 포착한 ETH의 관측 전파를 345㎓로 확장해 역대 최고 해상도로 M87* 블랙홀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 공동 책임자인 미국 제트추진연구소(JPL) 알렉산더 레이먼드 박사는 “새로운 주파수를 이용한 관측을 통해 이전보다 이미지가 선명하고 세밀해졌다”며 “새로운 주파수 데이터를 기존 주파수와 조합하면 해상도를 50%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블랙홀 바로 바깥쪽 영역의 다색 이미지까지 포착할 수 있어 이전에 확인할 수 없었던 새로운 특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관측은 1.3㎜ 파장(230㎓)을 이용한 것으로 블랙홀 중력에 의해 빛이 휘어져 생긴 밝은 고리가 흐릿하게 보인다.
사건지평선망원경은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대형 전파망원경 알마(ALMA)를 비롯해 전 세계에 있는 10여 개의 전파망원경을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 기술을 이용해 연결한 지구 규모의 가상 망원경을 말한다.
연구팀은 이번 관측에서 0.87㎜ 파장을 초장기선전파간섭계(VLBI)에 처음으로 적용했다. 관측 이미지의 해상도를 높이려면 더 큰 망원경을 사용하거나 간섭계 역할을 하는 관측소 간 거리를 늘려야 한다. 하지만 ETH는 관측소 간 거리가 이미 최대치이기 때문에 연구팀은 해상도를 더 높이기 위해 더 짧은 파장으로 빛을 관측하는 방법을 모색해 왔다.
이를 통해 블랙홀 이미지 해상도를 50% 이상 높여 초질량 블랙홀의 경계 바로 바깥 영역까지 선명하게 포착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ETH 일부만 활용한 예비 실험으로 0.87㎜ 파장 관측에는 성공했지만, 데이터가 부족해 아직 이미지를 얻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전체 ETH를 활용하면 해상도를 지구에서 달 표면의 병뚜껑도 볼 수 있는 수준인 13 마이크로아크초까지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셰퍼드 도엘만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 센터(CfA) 박사는 “다양한 파장으로 블랙홀 주변 가스를 관측하면 블랙홀이 어떻게 물질을 끌어당기고 축적하는지, 어떻게 강력한 제트를 발사하는지에 대한 수수께끼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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