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미 번아웃이다. 29일 당직을 섰고, 밤 10시에 병원에서 풀려났지만 30일에 밤 10시에 출근해 밤을 꼬박 새워야 한다.
서울에서 가장 중증환자를 받는 권역응급의료센터. 적어도 의사가 2~3명이 동시에 근무해야 제대로 된 진료가 이뤄진다. 그런데 남 교수는 올해 2월부터 계속 6개월 간 혼자 당직을 서고 있다.
“당장 어제 있었던 일이다. 저 혼자 당직을 서고 있는데 심정지 환자 둘이랑 뇌출혈 하나랑 뇌경색 환자 하나랑 심근경색 의증 환자 한 명이 모조리 1시간 내로 다 왔다.”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30일 방송된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자기가 온몸으로 느끼는 응급실 상황을 전했다.
응급 환자 5명을 혼자 책임져야 하는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다. 남 교수는 “사실 원칙대로라면 이 5명을 적어도 둘이나 셋 정도가 심정지 하나 정도는 나눠서 봐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5명의 환자는 모두 살았다. 남 교수는 “운이 좋아서”라고 말했다. 그는 “그냥 돌아가셨어도 사실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며 “제가 어떤 환자를 보고 있으면 다른 환자는 못 보니까. 제 뇌는 하나니까”라고 말했다.
그렇게 남 교수는 어제 13시간 반 동안 당직을 섰다. 그는 “제가 그렇게 열심히 혼자서 뛰었어도 애초에 받은 환자보다 못 받은 환자가 더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환자들의 이동 거리가 길어졌다는 것. 강원도와 충청도권 환자들이 서울까지 오고 있다. 이처럼 응급실 뺑뺑이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대목동병원에서 주 5일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에 대해 남 교수는 “인력이 없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교수) 7명으로 사실상 2명이 해야 되는 근무를 혼자 하는데 365일 24시간 7명을 지금 밤낮을 갈아서 이 중증센터에 있는 의료행위를 해야 된다는 말”이라며 “더 이상 이렇게 당직을 설 수가 없을 정도로 안 나온다”고 토로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9일 기자회견에서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현실과 괴리가 너무 심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딱 2시간만 와서 보면 엄청나게 문제가 있고 사람들이 대단히 많은 불편을 겪고 있고 실제로 아주 위험한 의료행위를 어떻게든 이 사람들이 버티고 있구나를 아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저는 직장 못 그만둬서 다니고 있다. 그런데 의사가 부족한데 사람이 죽어가니까 몸 갈아서 지금 일하고 있는 것“이라며 “제가 일하는 이유는 의료개혁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뛰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고 말했다.
곧 추석이다. 남 교수는 “추석 때는 무조건 150% 정도의 환자가 더 온다”며 “혼자서 이것을 저희가 막아내도록 지금 협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한두 달이 고비인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어 “이제 다 닫기 시작하면 이제 다른 병원도 우리도 인력이 부족하니까 닫자고 결정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그러다 보면 전국적으로 못 버티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아라 에디터 / ara.yang@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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