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를 붙잡으면 끝난 줄 알았는데 지옥이 다시 시작됐어요. ‘그 사진’이 언제까지 저를 따라다닐까요?”
20대 중학교 교사 ㄱ씨는 30일 한겨레에 가해자를 붙잡고도 끝나지 않는 불법합성물 성범죄 피해의 고통을 토로했다. 수사 끝에 가해자 1명이 특정됐지만, 여전히 ㄱ씨 사진으로 만든 불법합성물을 찾는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 올라오는 상황을 ‘다시 시작된 지옥’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날 ㄱ씨 설명을 들어보면, ㄱ씨는 지난해 10월 본인을 대상으로 한 불법합성물이 온라인상에서 떠돌아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ㄴ학교 다니는 ㄱ교사 맞죠?’, ‘이 사진 본인 맞아요?’와 같은 이상한 메시지나 전화를 받기 시작했다. 엑스(X, 옛트위터) 등에는 ㄱ씨의 실명과 근무지, 불법합성물 등이 성적인 단어로 된 해시태그와 함께 올라와 있었다. ‘가해자’는 ㄱ씨의 일상사진을 확보하려 같은 학교 다른 교사를 사칭한 가짜 계정을 만들어 ㄱ씨와 에스엔에스 ‘친구 맺기’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ㄱ씨는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가해자가 같은 학교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견디기 어려워 지난해 전근을 요청해 근무 학교도 옮겼다.
경찰은 ㄱ씨가 피해 사실을 신고한 지 9개월여 만인 지난 7월 가해자를 특정해 검찰에 넘겼다. 가해자가 특정되면서 이제는 지옥이 끝났다고 생각한 불법합성물 피해가 최근 다시 시작됐다는 게 ㄱ씨 설명이다. ‘00중 ㄱ교사 겹지인 찾아요. 메시지 주세요’와 같은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잇따라 올라온 것이다. ㄱ씨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올해 전근으로 옮긴 학교 학생들을 통해서였다. 경찰에 피해 사실을 알리자 “재판 중인 가해 학생이 아닌 다른 가해자일 가능성이 높고, 불법합성물을 게시한 건 아니어서 추가 수사는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더구나 ㄱ씨는 경찰에 붙잡힌 가해자가 누구인지도 정확히 모르는 상태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가해자의 인적 사항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ㄱ씨는 “이후 조언을 구해 알게 된 법원 열람 신청을 통해 가해자 이름만 알고 있는 상태”라며 “해당 가해자로부터 피해를 입거나 가해자가 사칭한 교사 모두 같은 학교 교사였고, 피해 교사들이 가르친 학생 가운데 같은 이름이 있어 그 학생으로 추정만 하고 있다. 가해자 신원을 몰라 교권보호위원회도 열지 못했다”고 했다. 법원 허가를 받아야 이뤄지는 피해자의 형사사건 열람이 판사 재량에 따라 매우 제한적으로만 이뤄지는 데다, 소년 사건의 경우 허가를 받기가 한층 더 어렵기 때문이다.
ㄱ씨가 가장 두려운 건 ‘끝이 없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그는 “가해자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저의 사진이 어디까지 퍼진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걸 생각하면 숨이 조여오는 느낌”이라며 “피해 탓에 근무지까지 옮겼는데 이곳 학생들도 모든 걸 알게 돼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ㄱ씨의 불법합성물을 제작·유포해 붙잡히 가해자에 대한 재판은 올해 안에 열릴 걸로 보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탄원서 모집에 나서고 있다. 이기백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 빠른 후속조치를 위해 탄원서를 모아 재판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박고은 기자 /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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