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에 대해 7개월째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자 언론·시민단체들이 “의도적인 지연과 방치”라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경찰은 ‘민원사주’ 의혹과 관련해 ‘개인정보유출’ 혐의로 제보자 색출을 위한 사무처 압수수색을 진행했는데 이러한 차이가 경찰의 의도적인 ‘선택적 수사’ 아니냐는 지적이다.
90여개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30일 서울 양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류희림 위원장의 통화기록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영장을 즉시 청구하라”고 촉구했다. 문화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새언론포럼,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4개 단체는 지난 1월 가족, 지인 등을 동원해 방심위 민원을 사주했다는 의혹으로 류 위원장을 업무방해 및 공직자의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양천경찰서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수사를 위한 최소한의 기초자료인 류희림씨의 통화기록조차 확보하지 않았다면 의도적인 수사 지연과 방치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이대로 시간이 가기를 기다려온 것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류희림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이 권익위에 신고되자 지난 1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방심위 사무처를 압수수색했다. 이에 더해 MBC는 지난 29일 “경찰이 고발 직후 방심위 직원과 기자 등 15명을 상대로 개인정보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은 “제보를 사주받았다면서 방심위 직원들과 의혹 보도했던 기자들을 거꾸로 수사 대상에 올리고 통신기록을 털고 있다”면서 “이게 나라인가. 여기 도둑이 있다고 소리쳤더니 소리친 사람들을 고성방가하고 있다고 수사하는 나라는 어느 나라 경찰인가. 부실수사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원사주 의혹과 관련해 지난 1월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지부장은 “(조사받을 때) 약간 기대를 했다. 수사관이 ‘수사 의지가 있다. 압수수색 영장 제대로 청구하기 위해 열심히 조사하는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라며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났다. 민원사주 사건 발생으로부터는 1년이 임박했다. 통화기록 조회는 최대 1년치만 확인할 수 있다고 하지 않나. 압수수색을 하지 않으면 류희림씨가 누구랑 통화했는지 확인 불가능해지는 시기가 곧 온다”고 말했다.
김수정 민언련 공동대표는 “(류 위원장은) 민원사주 의혹이 드러나자 이를 항의하는 야권 추천 방심위원을 해촉했다. 이에 법원이 해촉 집행정지 가처분을 인정하며 민원사주 의혹은 방심위 독립성을 위해 진상규명이 돼야 하는 일이라고 판시까지 했다”며 “그럼에도 이제껏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면 편파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엄정 수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완기 새언론포럼 회장은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 책임을 맡은 방심위가 심의 체계를 무시했다는 의혹은 경찰이 조사해야 할 의무고 책무다.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인에 대해선 툭하면 압수수색하는 수사기관들이 이처럼 명백한 사안에 손을 놓고 있는 형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며 “통화기록만 보면 알 수 있다. 확보하지 못하면 직무유기고 범인을 은닉하는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현장에 있던 서울 양천경찰서 관계자는 이날 기자회견과 관련해 “따로 입장 낼 계획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공익제보자는 류희림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 등을 동원해 방심위에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인용 보도 관련 심의를 요청하는 민원을 넣었다고 권익위에 신고했다. 지난해 9월4일부터 9월7일까지 제기된 40여 명(100여 건)의 민원이 위원장과 직간접적인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민원사주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나 권익위는 위법 판단을 내리지 않고 방심위로 사건을 송부해 방심위 자체 조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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