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30일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연금·의료‧교육‧노동개혁 이행’을 골자로 한 결의문을 채택했다. 의료개혁에 따른 의정 갈등이 당정 갈등으로 비화하자, 내부 결속을 다지자는 의도다. 한동훈 대표가 ‘의대정원 증원 유예’를 제안했다가 대통령실과 대립한 시점과 맞물린다. 그러나 정작 당내에선 추석 연휴 ‘응급실 대란’ 우려와 정부의 경직된 태도에 대한 비토가 나왔다.
한 대표는 이날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24 국회의원 연찬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이슈 대해 민심이 (정부와) 다를 경우, 민심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집권여당 대표의 임무”라며 “그러라고 (전당대회 때) 63%가 저를 지지해주신 것 아닌가”라고 했다. 또 “(의료 대란 관련) 당정 갈등 프레임보다 국민 생명과 건강을 더 앞에 세우고, 언론도 어떤 말이 옳은 지를 중심으로 봐 달라”고 했다.
한 대표는 전날 정부의 ‘의료 개혁’ 보고회에서 의원 다수가 의료 공백 대응책 부재를 지적한 데 대해 “많은 국민이 걱정하고 불안해 하는 부분들이 있다. 저는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전문가들과 나름대로 논의를 해서 대안을 냈던 것”이라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은 절대적 가치이기에 돌다리도 두드려 가면서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 여기에 대부분 (의원들도) 공감하실 것 같다”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날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정부의 의료개혁 관련 사항을 보고 받았다. 이 자리에선 정부가 ‘응급실 뺑뺑이’ 등 국민적 불안을 민감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현실적 대책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나왔다고 한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정부와 대통령실 보고를 청취한 의원들은 “정치는 현실인데 복안이 없다” “의대생 ‘2000명 증원’에 대한 논리적 근거나 설명이 부족하다” “응급실 뺑뺑이로 사망자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할 거냐” “정부가 의사를 적으로 돌리는 발언을 자꾸 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했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한지아 의원은 “유급을 당한 의대생이 돌아오지 않으면 내년에 3000명의 신규 의사 배출이 안 된다”며 “수습책도 없이 어떻게 대처하느냐”고 했다. ‘응급실 내 경증 환자 대부분’이라는 정부 주장에 대해서도 “경증이지만 고령자에게는 불편이 크고 위험할 수 있다”며 “응급실 뿐 아니라 수술실 대기가 길어지는 문제도 심각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결사항전하는 전공의, 유급 의대생을 복귀시킬 현실적 복안이 있어야 한다”(권성동 의원), “의료계와 진솔하게 대화해서 타협안을 마련해야 한다”(조경태 의원), “정부가 의료계와 대립하는 태도가 아닌 겸손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동진 의원) 등의 발언도 이어졌다.
한편 공개 석상에선 의대정원 증원을 두고 대통령실과 대립 중인 한 대표를 비판하는 말도 나왔다. 권성동 의원은 연찬회 의원 특강에서 “대통령과 당이 따로 가고 분열해서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예는 하나도 없다”며 “의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설득을 해야지, 그냥 말 한마디 툭툭 던진다고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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