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딸아이가 구조되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눈을 감을 수 있었다.
29일 JTBC ‘사건반장’에서 지난해 7월 28일 일어났던 중부고속도로 교통사고 편을 방영했다. 이날 이곳에서 두 건의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들이 다룬 내용은 ‘폭 8cm’ 모닝 뒷좌석에서 구조대가 올 때까지 1시간 20분을 버틴 모녀였다.
이날 이 모녀는 지인이 운전하는 모닝 뒷좌석에 탑승했다. 운전대를 잡은 지인은 이날 여기서 11중 추돌 사고가 일어나 서행하며 안전 운전을 했다. 그러나 문제는 뒤에서 따라오던 중형 차량이었다.
모닝을 들이박은 가해 차주는 전방 주시 태만으로 사고를 일으켰다. ‘크루즈 컨트롤’이라는 주행 제어 기능을 조작하던 중 전방 주시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 가해 차주의 주장이었다.
모닝의 뒷좌석은 폭이 8cm가 되도록 심각하게 찌그러졌다. 신고를 받고 구급대원이 출동했으나, 11중 추돌 사고의 여파로 교통 체증이 심각해 도착하기까지 1시간 20분이 걸렸다. 여기서 작지만 위대한 기적이 일어났다.
구조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어머니가 딸아이를 끌어안고 버티고 있던 것이었다. ‘사건 반장’은 당시 구조대원이 도착하던 순간까지 어머니가 살아있었던 사실을 전하며 “아기가 ‘엄마, 엄마’하면서 부르고 있었고 엄마 역시 눈을 깜빡깜빡하며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구급대원은 소중히 안겨있는 딸아이부터 구조했고, 이어 어머니를 구조하려고 했으나 어머니는 그 순간 눈을 감았다. 딸아이가 구조되는 순간까지 두 눈을 뜨고 버티다가 숨진 것이다. 사망한 여성은 세 아이의 어머니였고, 이 가족은 다음 날 여행을 갈 예정이었다.
이에 피해자의 남편은 “가해자 변호사가 ‘망자를 위해 천도재를 지낸 것을 참작해달라’라고 재판장한테 얘기했다”며 “아내 신상 정보를 모르는 가해자가 천도재를 지낸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라며 황망해 했다. 가해 차주는 사고 당시 현장을 살피고 모녀를 구조하려는 시도를 하는 대신 전화 통화만 했던 바 있다.
천도재는 사망한 사람의 영혼을 불러내어 좋은 곳으로 보내준다는 취지의 종교적 행사로, 망자의 생년월일을 필요로 한다. 천도재를 지내기 위해선 개인정보가 필요해 망자를 모르는 이는 천도재를 지내기 어렵다.
박채아 에디터 / chaeA.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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