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지도부’ 만찬 연기 이어 연찬회 불참에
韓 ‘의대증원 유예’ 제안 갈등 여파 분석 나와
양측 갈등 일축했지만 대립 기류 해석 대체적
韓은 “기분 좋게 새롭게 힘내자” 의원들 격려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중 처음으로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불참했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모두 ‘갈등설’을 부인했지만, 윤 대통령이 자신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한 대표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29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 불참했다. 윤 대통령이 임기 중 국민의힘 연찬회 또는 워크숍에 참석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총선 참패 후 열린 22대 국회 당선인 워크숍 만찬 자리에 참석해 “지나간 건 다 잊어버리고 우리가 한 몸이 돼서 나라를 지키고, 나라를 개혁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나라를 발전시키는 당이 되자”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당과 국가의 귀중한 자산” 등의 언급을 했다. 단합을 강조했던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에선 이념을 강조했다. 그는 당시 “철 지난 이념이 아니라 나라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있는 철학이 바로 이념”이라고 말했다. 또 전(前) 정부의 실정과 여소야대 지형을 지적하면서 “이런 세력들하고 우리가 싸울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2022년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연찬회에서는 당정 일체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지금부터 당정이 하나가 돼 오로지 국민, 오로지 민생만을 생각할 때 우리 정부와 당도 국민들께 신뢰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직 대통령이 여당 연찬회에 참석한 건 이때가 처음으로, 당시 이준석 전 대표 징계 후 당내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 바 있다.
이에 당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의 연찬회 첫 불참이 한 대표와의 ‘갈등설’을 방증한 것이라는 해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동훈 지도부’ 출범 이후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여왔다. 출범 초기 친윤(친윤석열)계 정점식 정책위의장 교체를 둘러싸고 파열음이 나기 시작한 두 사람의 관계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복권 문제를 두고도 벌어졌다는 관측이다. 한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추진 의지를 드러낸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서도 미묘한 대립 기류가 형성된 상태다.
특히 한 대표가 의정 갈등 중재안으로 ‘2026년 의대 증원 유예안’을 내놨지만, 대통령실이 증원 계획안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하면서 당정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간 오는 30일 만찬이 연기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윤 대통령도, 한 대표도 갈등설에 대해 일축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제2차 국정 브리핑에서 “당정 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여당이 당정 간에, 대통령실·내각과 당내 소통이 제대로 안 이뤄지면 되겠느냐”라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 원활히 소통하고 있고, 주말마다 고위 당정 협의도 꼬박꼬박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대표가 제안한 의정 갈등 중재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현안에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아니겠느냐”고 했다.
한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생명과 건강은 절대적으로 우선시 돼야 할 가치다. 이 앞에서 당정갈등이라는 프레임은 낄 자리가 없고 사치스러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연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연찬회 불참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내가 평가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연찬회 만찬 자리에서 의원들과의 스킨십에 주력했다. 한 대표는 조배숙·엄태영·김대식·한기호 의원, 주호영 국회부의장, 추경호 원내대표, 유정복 인천시장, 이주호 사회부총리와 한 테이블에서 대화를 나누며 만찬을 즐겼다. ‘원외 대표’의 한계를 극복하고 당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그는 “오늘 우리 국민의힘이 민생을 지키고 미래를 여는 새로운 출발이 될 것 같다고 확신한다”며 “기분 좋게 새롭게 힘내서 민생을 향해, 국민을 향해, 국민 속으로 뛰어들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이번 연찬회 슬로건을 ‘민생을 지키고 미래를 열다’로 정한 국민의힘은 만찬에 앞서 정기국회 전략을 논의했다.
한동훈 대표는 연찬회 모두발언에서 “108명이면 부족하지 않다.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어떤 정치를 하는지, 어떤 미래를 보여드릴지를 이제 국민께 제시할 때가 됐다”며 “그럴 준비가 돼 있고 실력이 있고, 그걸 바라는 국민의 마음이 있다. 그걸 9월 정기국회에서 증명해 내자”고 말했다.
한 대표는 당정 관계를 놓고 “민주당이 거짓 선동에 흔들리지 않도록 진실을 정해야 하고, 정부가 노력하고 성과내는 부분에 대해 적극 홍보하자”라며 “민심에 귀를 기울이고 그때그때 반응하면서 그 민심을 정부에 전하자. 하나된 정책으로 국민께 평가 받자”고 강조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9월 2일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대정부질문·예산결산위원회·국정감사 등 엄청난 일들이 대기하고 있다”며 “108명으로 야당 191명에 비해 적지만, 의원들의 역량과 열정을 보면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 정말 민심에 화답하는 민생 공감 정당이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연찬회에서는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민주당 탄핵공세의 헌법적 문제점’을 주제로, 함재봉 한국학술연구원장은 ‘동북아의 지정학과 한국의 번영’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특히 의료개혁에 관한 정부 부처 보고도 이뤄졌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주호 교육부총리 등이 참석해 의료개혁의 방향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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