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땅꺼짐(싱크홀)이 발생해 차량 1대가 그대로 빠져 운전자와 동승자가 크게 다쳤다. 자칫 도시가스관을 건드려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경찰과 국토교통부 등은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서울 서대문소방서와 서대문경찰서 설명을 종합하면, 29일 오전 11시26분께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에서 땅꺼짐이 발생했다. 꺼진 땅의 규모는 가로 6m, 세로 4m, 깊이는 2.5m에 이르렀고 도로를 지나던 티볼리 차량 1대가 왼쪽으로 기울며 차체가 푹 빠졌다. 사고를 목격한 ㄱ씨는 “굉음이 들려 고개를 돌려 보니 차량이 빠져 있었다. 도로관리 쪽 공무원으로 일하는데 평생 이런 사고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이 사고로 80대 남성 운전자가 중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앞좌석에 동승한 70대 여성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으나 심폐소생술(CPR) 끝에 맥박이 돌아왔다. 서대문소방서 쪽은 현장 브리핑에서 “운전자는 복통을 많이 호소하고 있고 동승자는 아직 의식이 돌아오진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자칫 지하에 묻혀 있던 도시가스 배관이 터지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위험도 있었다. 소방당국은 “사고 차량이 빠지며 도시가스 배관을 스쳤지만 누설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땅꺼짐 현상은 폭우가 내리는 여름철에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과거와 달리 단기간에 많은 양의 비가 집중적으로 내려 지하수 유입이 급격히 증가할 때, 빗물이 내려가는 하수관마저 노후화됐을 경우 땅꺼짐 위험이 커진다고 한다. 도심의 땅꺼짐은 대개 ‘인재’라는 의미다. 조성일 르네방재정책연구원 원장은 “빗물이 하수관에 꽉 차서 흘러가는데 만약 노후하고 결함이 있으면 주변 흙이 같이 쓸려가고 아스팔트만 남게 돼 땅이 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와 경찰, 시청·구청 등 관계 기관은 노후 상·하수관이나 인근 공사 현장 굴착 등이 땅꺼짐에 미친 영향이 없었는지 등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고에 전조 증상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땅꺼짐에 앞서 해당 도로에서 차가 심하게 덜컹거리며 지나가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교수(소방방재학과)는 “지면이 불규칙하게 울퉁불퉁하거나 차도나 인도가 ‘꿀렁꿀렁’ 눌리는 현상이 보이면 전조 증상으로 보고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에 4m 깊이의 땅꺼짐이 발생해 30대 남성이 다치고 지난달 서울 서교동 횡단보도가 가라앉는 등 서울 시내 땅꺼짐 사고가 빈번해지고 있다. 서울시는 땅꺼짐 발생 가능성이 있는 공동(지하 빈 공간)을 대상으로 정기 점검 등을 벌여왔는데 사고 구간도 지난해 점검 대상이었다. 서울시는 땅꺼짐 발생 가능성이 있는 공동(지하 빈 공간)을 대상으로 정기점검 등을 벌여왔는데 사고 지점도 올해 점검 대상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5월 사고 지점을 조사할 땐 공동 현상은 없었다”고 밝혔다.
한겨레 김가윤, 고나린, 박고은 기자 /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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