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선임 ‘2인 체제’ 의결 효력을 정지한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가 2인 체제로 의결된 YTN 민영화가 ‘졸속, 위법’으로 진행됐다면서 증거자료를 공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YTN지부는 29일 서울 중구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YTN 사영화 위법성 추가 확인’ 기자회견에서 “방통위가 짜깁기와 왜곡으로 가득한 유진그룹의 신청서를 언론장악 목표에 맞춰 승인했다”며 “졸속·불법 매각 실체를 명확하게 드러내고 국민 자산을 국민의 것으로 되돌리기 위해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YTN지부가 제시한 방통위의 유진이엔티(유진그룹) 심사 자료와 설명을 종합하면, 유진그룹이 방통위에 YTN 인수를 승인해달라며 제출한 신청서엔 ‘짜깁기 및 왜곡’이 포함됐다. 유진그룹은 신청서에서 2년 전 폐지된 시청자권익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라며 확대를 약속했다.
방통위가 유진의 YTN 인수 승인 과정에서 공영방송 핵심 제도인 사장후보추천위원회 폐기 압력을 넣은 정황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동오 YTN지부 공정방송추진위원장은 “2023년 11월29일 방통위가 예상과 달리 이른바 ‘조건부 승인’ 의결한 뒤 유진 입장이 번복된다”며 “유진그룹은 ‘현행 사추위가 경영전략 수립을 저해한다’고 밝혔고, 이어 방통위는 1월 26일 보정요청사항을 공문을 보낸다. ‘방송전문경영인 제도’ 관련 구체적인 계획 보완을 요구했다”고 했다. 이후 유진그룹은 보정자료를 제출해 사추위 폐기 의사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고한석 YTN지부장은 “자문위원들은 (유진그룹의 사추위 폐기 계획을 두고) YTN 구성원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사 간 자주적 해결이 합리적이라고 얘기한 위원도 있다”며 “이 사람들은 진보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아니다. 경영학, 경제학 교수들이며 이들조차 사추위 폐기에 반대했다. 그런데 유진그룹은 YTN을 인수하자마자 사추위를 폐기하고 김백 사장을 내리꽂았다”고 했다.
유진그룹이 변경승인 신청서에서 언론보도 인터뷰를 왜곡한 사실이 알려진 당사자인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위원장은 “불쾌하고 유감이며, 유진그룹에 정중한 사과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0월 시사인과 인터뷰에서 유진의 YTN 인수에 반대하는 인터뷰를 했다. 유진 측은 신청서에 일부 문장만 발췌하면서 YTN 민영화 옹호 의견으로 포장됐다.
김 위원장은 “화가 난 건 왜곡이 아니라 형편없는 신청서의 수준”이라며 “국민의 공적 자산인 보도전문채널을 3200억 원에 인수하는 중대 사업 신청서를 이 수준으로 작성한 건 스스로 공적 보도전문채널을 인수해야 하는 이유조차 설명하지 못할 정도로 방송경영에 무능하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관련 자료를 읽어도 민영화 찬성론인지 반대론인지, 똥인지 된장인지 모를만큼 방송경영에 무지하다는 것”이라며 “사안의 정책적 중대성에 비추면 이는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보다 더 심각한 졸속 심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바로잡을 시간과 기회가 남아있다”며 “YTN 심사의 절차 문제를 정확히 규명하고 방통위에 그 책임을 묻는 일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졸속 심사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 △법원의 엄격한 판결 △방통위의 결자해지를 촉구했다.
YTN의 11~12기 시청자위원을 지낸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미 폐지된 시청자권익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하고 방통위가 이를 승인한 과정은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렵다”며 “폐지된 프로그램을 신청서에 올린 것을 검증 못한 것은 졸속 심사가 아니라 무심사가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시민사회가 새 민간자본이 YTN 자산인 남산타워를 매각하는 이른바 ‘먹튀 민영화’를 우려한 가운데, 유진그룹이 ‘꼼수’ 매각 금지 확약을 작성한 사실도 새로 공개됐다.
유진 측은 방통위 최대주주 심사와 자문 과정에서 YTN 소유 자산인 남산타워와 상암동 YTN뉴스퀘어(사옥)을 팔지 않겠다고 수 차례 공언했다. 그러나 유진그룹이 제출한 확약서에는 “YTN 경영진 의사에 반하지 않으면 임의로 매각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확약이 적혔다. 고한석 YTN지부장은 “유진이 YTN 경영진을 임명한다. 본인들이 임명한 경영진 의사에 따라 언제든 매각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무리한 방송장악을 위해 정상적 합의제 기구 운영을 스스로 포기하고 대통령이 선임한 2인만으로 불법 운영을 해왔다. 법원이 행정에 개입하고 통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까지 왔다”고 했다. 이어 “이 방통위 2인 체제의 불법성이 MBC와 KBS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만 국한되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며 “처음부터 자격 없던 이동관이 시작하고 대통령 검사 선배인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이 최종 매각결정을 승인한 YTN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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