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 불거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설에 대해 “당정 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요청에 대해서는 “여야 소통과 국회 정상화가 먼저”라며 “국회가 정상적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도 이날 “당정 갈등 프레임은 사치”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의료대란의 구체적 해법을 둘러싼 충돌의 불씨는 꺼지지 않은 상태다. 민주당은 “불통과 독선으로 점철된 기자회견”이라며 윤 대통령이 제시한 ‘4+1 개혁’ 비전을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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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 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한 대표의 의대 증원 유예 제안에 대해 “다양한 현안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게 자유민주주의”라고 밝혔다. 앞서 한 대표는 25일 고위 당정협의회 후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를 제안했지만 대통령실이 거듭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충돌 양상이 빚어졌다. 윤 대통령은 “(당정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원활히 소통하고 있고 주말마다 고위 당정협의도 꼬박꼬박하고 있다”며 “저도 우리 당 의원들, 관계자들과 수시로 전화 통화뿐 아니라 저한테 찾아오기도 한다”면서 당정 관계가 굳건함을 강조했다.
한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정 갈등 프레임은 사치스러운 것”이라고 규정하며 거들었다. 그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은 절대적으로 우선시돼야 할 가치”라며 “이 앞에서 당정 갈등 프레임은 낄 자리가 없고 사치스러운 것”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또 “제가 제시한 대안은 의료 개혁의 본질과 동력을 잃지 않는 선에서 말씀드린 것이고 다른 대안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며 정부와 대통령실이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을 경우 수용할 수 있다는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한 대표는 의료 개혁에 대한 입장에는 기존과 변함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그는 자신의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아직은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고 저는 국민 여론과 민심을 다양하게 들어본 결과 현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의 의료 개혁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지만 그 추진 과정에서 국민의 걱정과 불안감도 잘 듣고 반응해야 한다”며 정부가 보다 민심에 민감하게 반응한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에서 요구하는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에 대해서는 여야 간 소통과 국회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영수회담을 해서 문제가 금방 풀릴 수 있다면 열 번이고 왜 못하겠나”라며 “일단 여야 간에 좀 더 원활하게 좀 소통하고, 국회가 해야 할 본연의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와 이른 시일 내의 회담은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거대 야당의 잇단 탄핵소추안과 특별검사 추진에 따른 첨예한 대치 국면을 지적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다양한 청문회를 바라보고 있으면 제가 이때까지 바라보던 국회하고 너무 다르다”며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용산에서도 참모들과 많이 논의하고 있다”며 “국회가 정상적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국정 브리핑을 두고 “윤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오기만 재확인됐다”고 혹평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윤 대통령은 영수회담 역시 거부하고 친일 독립기념관장 임명 책임은 장관과 추천위원에게 떠넘겼다”며 “대통령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암담하다”고 직격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제시한 4대 개혁에 대해서도 “방향도 추상적이고 말만 번드르르하다”고 평가절하했다. 특히 연금 개혁과 관련해서는 “국민이 바라는 소득 보장 강화 방안은 찾을 수 없다”며 “결국 대통령이 말하는 개혁이 국민의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국정 브리핑에 민생과 소통에 대한 의지가 담겼다며 국회가 협치로 화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윤 대통령은 연금·노동·의료·교육 개혁, 저출생 위기 극복 등 핵심 개혁 과제를 소상히 설명했다”며 “민생 살리기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짚었다. 이어 “책임 있는 집권 여당으로서 우리 국민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4+1 개혁’ 완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야당도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개혁 과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모아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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