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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과 갈등에도 기후대응 논의는 적극 환영, 친환경 산업에서 협력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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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을 만난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 보좌관(왼쪽). 미국 국가안보 보좌관이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8년 만에 있는 일이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과 미국의 갈등이 무역 및 안보 분야에서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지만 기후위기 대응 논의에는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겠다는 태도가 분명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등 친환경 산업 분야에서 미국의 규제 완화를 유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손을 내미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 보좌관은 중국 방문을 계기로 두 국가 사이 기후협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설리번 보좌관은 27일 중국에 입국하며 8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 땅을 밟은 미국 국가안보 보좌관이 됐다. 무역 갈등으로 양국의 관계가 악화한 뒤 미국 고위 관계자가 중국을 방문한 사례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중국일보는 설리번 보좌관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마약 단속, 국제법 이행, 불법이민 단속,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밀접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7월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즉각적이고 상당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기후 문제를 중요한 의제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양측이 이번에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해 논의한 핵심 사항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였다. 세계 각국은 파리협정에 따라 2025년까지 향후 10년 동안 달성할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공개해야 한다.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은 세계 각국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 글로벌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시대와 비교해 1.5도 아래로 억제하자고 협의한 국제 조약이다.

유럽집행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2%에 달한다. 이는 3~10위 국가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수준으로 이들이 책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전 세계 기후위기 대응에 큰 영향을 미친다.

셰펑 주미 중국대사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SNS)에 “미국과 중국은 이번 회의를 통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양국 지도자가 합의한 사항을 지속적으로 이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미국과 중국이 공동 발표한 ‘서니랜드 성명’을 말한다. 양국은 기후대응을 위한 공동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는 데 더해 메탄 등 비이산화탄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협력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방문을 기점으로 미국과 중국의 기후대응 분야 협력이 한층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존 포데스타 미국 기후특사. 「연합뉴스」

블룸버그는 익명의 미국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존 포데스타 미국 기후특사가 이르면 9월 초 중국을 방문해 류전민 중국 기후특사와 회담을 진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회담은 류전민 특사가 5월 미국을 방문해 합의한 사항들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당시 미국과 중국은 서니랜드 성명에서 합의한 사항을 재확인하고 재생에너지 확산 및 석탄 감축을 위한 교류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11월 말 개최되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미국과 중국은 별도로 ‘비이산화탄소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정상회담’도 개최하기로 협의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과 이러한 논의를 이어가는 데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왕이 외교부장은 설리번 보좌관에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건설적 진보가 중요하다”며 “(미국과) 추가적 논의는 얼마든지 환영하고 향후 존 포데스타 기후 특사의 방문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조안나 루이스 조지타운대학 국제정책 전문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미국 바이든 정부에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 만큼 존 포데스타가 양국의 안정된 기후협력 관계 구축에 최대한 많은 역할을 해내야 할 것”이라며 “기후분야에서 미중 협력은 이제 국제협정 수준으로 발전해 매우 중요해졌다”고 평가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후협력 확대가 미국의 무역 장벽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유홍위안 상하이국제정책연구소 정책연구팀장은 환구시보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는 재생에너지, 친환경 기술, 녹색 금융 등 양국이 경쟁하는 분야가 다수 포함된다”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협력을 유지한다면 다른 분야에서도 관계가 밀접해지는 것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과 기후협력을 반기는 배경에는 이를 명목으로 자국 친환경 산업에 부담이 되는 미국 정부의 무역 규제 완화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중국산 전기차와 태양광 제품, 배터리 등에 추가 관세 부과안을 곧 확정한다.

왕웬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관세 인상안이 발표된 뒤 “미국이 내린 조치는 자기파멸적이고 양국간 기후협력을 저해한다”며 “나아가 세계의 녹색 경제 전환과 기후행동에 해를 가한다”고 비판했다.

친환경 산업 무역규제 조치가 미국과 중국의 기후대응 노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펼치며 해당 분야에서 두 국가가 오히려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 것이다.

왕 대변인은 “우리는 미국이 이러한 행위를 반복하는 것을 멈춰주길 강력하게 요구한다”며 “미중 기후협력과 글로벌 녹색 전환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비즈니스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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