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10곳 중 6곳은 채용계획이 없거나 아직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 우려와 같은 경영 불확실성 확대됨에 따라 올해 하반기 대기업 채용 시장이 여전히 어두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5~19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2024년 하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 조사’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응답 기업의 57.5%는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중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고 한 기업은 40.0%, 채용 계획이 없다는 기업은 17.5%였다.
하반기 채용 계획을 수립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42.5%로, 지난해 하반기 조사(35.4%) 대비 7.1%포인트 증가했다.
이에 대해 한경협은 “최근 기업들이 수시 채용을 확대하면서 대규모 인력을 정해진 기간에 뽑는 공개 채용과 달리 채용 시기와 규모 등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 채용계획 수립 부담이 완화된 영향”이라고 해석했다.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겠다고 한 이유에는 ‘수익성 악화·경영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긴축 경영'(23.8%)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고금리·고환율 등으로 인한 경기 부진'(20.6%), ‘필요한 직무능력을 갖춘 인재 확보 어려움'(17.5%)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들은 하반기 채용시장 변화 전망에 ‘수시 채용 증가'(21.9%)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경력직 채용 확대'(20.5%), ‘기업문화 적합도에 대한 고려 증가'(15.5%), ‘중고신입 선호 현상 심화'(14.6%), ‘인공지능(AI) 등 신산업·신기술 분야 채용 확대'(13.2%)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 중 70.0%는 대졸 신규 채용에서 수시 채용 방식을 활용하겠다고 답했다. 수시 채용만 진행하는 기업은 20.8%, 공개·수시 채용을 병행하겠다는 기업은 49.2%였다.
청년 취업난 속에 기업들은 최대 애로사항으로 ‘적합한 인재 확보의 어려움'(35.5%)을 지목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요구수준에 부합하는 인재 찾기 어려움'(29.0%), ‘신산업·신기술 등 과학기술 분야 인재 부족'(6.5%) 등의 이유를 들었다.
응답 기업의 37.5%는 대졸 신규 채용 증진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 개선과제로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 투자·고용 확대 유도’를 꼽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하반기 세계경기 둔화 우려, 내수부진, 경기심리 악화 등으로 기업들의 보수적 채용이 예상된다”며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을 가중하는 입법 논의를 지양하고 각종 지배구조와 진입규제를 완화해 신산업 발굴과 기업투자, 고용 확대를 유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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