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역대 최대’인 200조원 규모의 국고채 발행 계획이 담긴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채권 시장이 출렁였다. 현 정부가 ‘건전 재정’을 표방한 만큼 국고채 발행이 어느 정도 억제될 것으로 기대하던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보다 더 큰 규모의 국고채 발행 물량을 맞닥뜨리고 놀랐기 때문이다. 시장은 하루만에 진정했지만, 내년에 상당한 부담이 될 거라는 우려는 이어지고 있다.
29일 서울채권시장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5년 예산안’이 발표된 지난 27일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2.974%에서 연 3.073%로 하루 만에 10bp(1bp=0.01%p)가량 튀어 올랐다. 10년물뿐 아니라 3·5·20·30·50년물도 각각 5bp, 7bp, 7.4bp, 7.2bp, 7.1bp씩 상승했다.
국고채 금리가 들썩인 것은 내년 국고채 발행 계획이 공개된 것에 따른 충격 여파다. 기획재정부는 이 날 내년에 총 201조3000억원의 국고채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본예산(158조4000억원)보다 42조8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이 중 순발행이 83조7000억원으로, 올해보다 68%가량(33조9000억원) 늘었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시장 예상치가 최대 180조원 정도였던 탓에 국채 시장에서 충격이 크게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도세까지 더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이튿날인 28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9bp 내린 연 3.054%에 거래를 마치는 등 모든 연물의 금리가 일제히 하락하며 다소 진정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예상치 못한 국고채 발행량 급증이 작년과 올해 세수 결손을 기금으로 때워온 결과물이라고 해석한다.
정부가 세수 결손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서 사업 예산 용도인 ‘일반회계’로 돈을 채워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공자기금은 ‘국채 순발행’ 혹은 ‘여타 회계·기금 여유분 전입’으로 충당될 수 있다. 정부는 작년과 올해 세수 결손 대응책으로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여유분→공자기금→일반회계’로의 전입 방식을 활용했다.
그런데 내년에는 이렇게 공자기금으로 당겨올 재원이 마땅치 않다 보니, 국채 순증 발행분으로 공자기금을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공자기금에서 일반회계에 전입되는 규모를 일컫는 ‘적자국채’ 규모는 내년 86조7000억원인데, 이는 대부분 순발행 분(83조7000억원)에서 충당된다. 올해 예산의 적자국채 규모(81조8000억원) 중 순발행 규모가 50조원가량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된다.
국고채 수급 이슈에 따른 이번 시장 금리 반응은 일시적이었지만, 시장에서는 내년 대규모 발행 물량을 실제로 소화하는 과정에서 국고채 금리가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내년 200조원의 물량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조그만 변동성이라도 발생하면 금리가 튈 압력이 좀 더 커진 것이 사실”이라며 “국채 등 우량채권 발행이 늘어난 여파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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