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와 소비 둔화로 유통업계 전반적으로 불황인 가운데 미국 업계만 정반대 행보를 보이며 연일 상승세다. 월마트를 필두로 한 전방위적 인공지능(AI) 혁신이 유통업 핵심 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전자상거래기업 테무를 운영하는 핀둬둬의 올해 2분기 매출은 970억6000만위안(18조1425억원)으로 시장 전망치(1001억7000만위안)를 하회했다. 여기에 자오자전 핀둬둬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지금과 같은 성장세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라고 하면서 주가 하락세가 가속돼 현재까지 30%가량 급락했다.
핀둬둬 경영진은 수익 둔화 전망 이유로 소비자 수요 둔화, 이커머스 경쟁 심화, 글로벌 시장 환경 불확실성 등을 꼽았다. 또다른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도 올해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했지만 시장 전망치를 밑돌면서 하락장을 면하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속된 경기 침체로 국내 유통업계 실적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올해 국내 주요 유통주는 연간 누계 기준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이마트는 영업손실이 개선됐지만 매출이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며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AI 전환 ‘성공적’ 美 유통사
반면 미국 유통업계는 올해 들어 계속 상승세다.
특히 월마트는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 1693억4000만달러(230조원), 영업이익 79억달러(10조7200억원)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8%, 8.5% 증가했다. 월마트 주가는 올해 동안만 43% 이상 급증했고 지난 27일에는 한때 신고가(76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에 경기 침체와 소비 둔화 우려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는 실적 상승 동력으로 AI 전환을 꼽았다. 물류, 사무 업무, 소비자 유인 전반적인 과정에 AI를 도입해 비용은 줄이고 매출은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월마트는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의 AZURE(에저) 오픈AI 서비스와 월마트 자체 거대언어모델을 결합해 생성형 AI 검색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용자가 물품을 일일이 검색할 필요 없이 상황을 제시하면 필요한 물건을 AI가 제시한다. 월마트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8억5000만개 이상의 마케팅 데이터를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마트 산하 창고형 오프라인 매장인 ‘샘즈클럽’에도 소비자가 물건을 휴대폰으로 스캔하고 앱으로 결제하는 AI 계산 시스템을 도입했다. 계산대 직원이 필요 없을뿐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도 편리하다는 설명이다.
월마트는 물건을 구매하는 과정 외에 물류와 사무 업무에도 AI를 적극 도입했다. 올해 4월에는 4개 물류센터에 로봇 지게차를 도입했고 이어 6월부터 데이터 기반 농업 솔루션을 도입했다. 인력과 잉여 구매량을 줄여 전반적인 비용 효율성을 높였다.
존 퍼너 월마트 미국지사 CEO는 “생성형 AI가 없었다면 같은 작업을 완료하는 데 현재 인력의 100배가 필요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베이는 구매자뿐 아니라 판매자 대상으로도 생성형AI 서비스를 제공하며 입점 판매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이베이가 지난해 도입한 ‘매지컬 리스팅’은 판매자가 상품을 등록하면 자동으로 제품 설명이 작성되고 각 나라 언어로 번역 해준다. 또한 상품 이미지도 알아서 보정한다. 이베이 주가는 올해 들어 35% 이상 상승했다.
“AI 활용이 경쟁력 가를 것” 국내 유통업계도 투자 지속 의지
유통업 경쟁과 경제 상황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경쟁력 제고를 위해 AI 비즈니스 모델 전환 필요성이 대두된다. 장근무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지난해 11월 ‘유통·물류 AI 활용전략 세미나’에서 “디지털 유통·물류 시대에 AI 활용 여부에 따라 기업간 극명한 차이를 보이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국내 유통업계도 AI를 도입하는 추세지만 아직 검색 추천 등 부분 사업 적용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6일 발간한 ‘2024 유통물류 통계집’에 따르면 국내 유통산업의 디지털 정보 활용 수준은 2022년 3.1%에서 2023년 0.8%로 오히려 감소했다.
다만 국내 업계도 AI 전환을 향한 지속적인 투자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AI 석학 앤드류 응 스탠포드대학교 교수와 미래 유통 혁신에 대해 논의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올해 4월 경영전략회의에서 “그룹의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변화다”라며 “이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홍찬 기자 hongch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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