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과 ‘전세사기특별법’, ‘구하라법’ 등 민생법안이 여야 합의로 처리됐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단독 표결’과 ‘거부권’ 악순환에서 벗어나 여야가 3개월만에 만든 첫 성과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에 대한 재표결은 다음달에 처리하기로 했다.
국회는 28일 본회의를 열고 간호법을 포함해 전세사기특별법과 구라법을 비롯한 민생법안 28건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22대 국회 출범 후 여야는 쟁점 법안을 두고 충돌을 거듭하며 국회가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다는 비판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됐다. 이에 여야는 정책위의장 회동을 통해 양당간 이견이 없는 법안을 우선 처리하는데 공감대를 형성했고 이날 민생법안을 우선 처리하게 됐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은 진료지원(PA) 간호사들이 법적 근거를 마련한 법안이다. PA 간호사들이 의사의 의료행위에 준하는 처치와 시술 등을 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간호법을 제정해 이들에게 의료행위 자격을 부여하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입법으로 반영한 것이다.
보건의료노조가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여야는 전날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원포인트’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극적 합의를 이뤘다. PA 간호사의 업무는 ‘의사의 일반적 지도와 위임에 근거한 업무’로 규정하고, 구체적 사안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법안은 원래 윤 대통령이 과거 거부권을 행사(2023.5.16. 국무회의에서)할 정도로 여야 간 의견이 갈리던 내용이었으나, 의료 공백 와중에 보건의료노조 파업까지 예고되며 위기감을 느낀 정치권이 한 발씩 양보하며 극적 타결을 이뤘다.
전세사기특별법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경·공매로 매입할 때 발생한 경매차익을 피해자에게 지급하거나, 차익을 임대료로 활용해 낙찰받은 피해주택을 피해자에게 공공임대주택 형태로 최대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요건인 임차보증금 한도를 종전 ‘3억 원 이하’에서 ‘5억 원 이하’로 상향하고, 피해주택이 위치한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장이 해당 주택의 안전을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개정안은 대통령이 법을 공포하는 즉시 시행된다. 다만 전세 사기 피해주택 매입 관련 등 일부 규정은 법안 공포 이후 2개월로 유예 기간을 뒀다.
‘구하라법’은 부모가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았거나 학대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2019년 사망한 가수 구하라 씨의 사례처럼 부양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상속인이 보상금, 보험금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하거나 재산 상속을 주장하는 일이 생기자 법 개정 요구가 나왔다. 개정안은 부양 의무 위반을 비롯한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를 ‘상속권 상실’이 가능한 조건으로 적시했다. 개정안은 2026년 1월부터 시행된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의장 및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어쨌거나 이렇게 민생 법안들이 처리될 수 있게 된 건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 민생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것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인데 많이 늦어진 감이 있어 국민께 송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여야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합법 개정안), ‘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을 이날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부치지 않기로 합의했다. 해당 법안들에 대한 재표결은 다음달 26일 본회의에서 실시할 계획이다.
22대 국회 개원식 겸 2024년 정기국회 개회식은 다음달 2일 열릴 예정이다.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1987년 국회 개원 이후 개원식을 하지 못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대통령이 참여하는 개원식을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본다면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개원식은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태서 국회 공보수석은 이날 양당 원내대표 회동이 끝난 뒤 “의장께서 22대 국회가 시작됐는데 의원 선서도 없이, 개원식도 없이 국회가 계속 운영되는 데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했고 이에 대해 양당 원내대표와 의장 간 의견교환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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