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일명 ‘구하라법’과 간호법 제정안, 전세사기특별법 등 28개 민생 법안을 합의처리했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법안을 여야가 함께 처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석 달 넘게 반복됐던 ‘법안 단독 처리-거부권-재표결 및 법안 폐기’라는 입법 마비 상태에서 벗어나 국회가 모처럼 성과를 낸 것이다.
여야는 이날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총 28개 민생 법안을 처리했다.
가장 먼저 ‘구하라법’이라고 불리는 민법 개정안을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개정안은 피상속인에게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았거나 학대 등 범죄를 저지른 경우 등 상속받을 만한 자격이 없는 부모의 상속권을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2019년 사망한 가수 고(故) 구하라 씨의 오빠 호인 씨가 입법 청원하면서 구하라법으로 불리게 됐다. 구하라법은 20·21대 국회에서도 큰 이견이 없었지만, 정쟁에 밀려 번번이 폐기됐었다. 개정안은 2026년 1월부터 시행된다. 헌법재판소가 직계 존·비속 유류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난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도 소급 적용된다.
본회의에서는 전세사기특별법(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도 국회 문턱을 넘었다. 2개 법안 모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재표결에서 무산됐지만 이후 여야가 한발씩 물러나 수정안을 마련하면서 합의에 이르렀다.
22대 국회 여야 합의 1호 법안인 전세사기특별법도 재석 295인 중 찬성 295인으로 가결됐다.
개정안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피해 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매로 사들여 경매 차익으로 피해를 보상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LH가 산정한 감정가격(시세)과 실제 경매에서 낙찰받은 가격의 차이가 경매 차익인데, 피해주택이 시세보다 평가절하된 부분을 피해자에게 돌려준다는 취지다. 공공임대주택이 된 피해 주택에서 최장 10년간 무상 거주할 수 있다. 퇴거를 원치 않을 경우엔 일반 공공임대주택 수준의 임대료를 내고 10년간 더 거주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피해자가 피해 주택 거주를 원지 않을 경우 경매 차익을 일시 지급받거나, 민간 주택을 임대차 계약 형태로 제공받는 안도 마련했다. 전세 사기 피해자 인정 요건인 임차보증금 한도를 ‘3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상향했다. 아울러 피해주택이 위치한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장이 해당 주택의 안전을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정부가 6개월마다 전세사기 실태 조사를 실시해 국회에 보고토록 하는 예방 조치도 담았다. 해당 개정안은 공포 즉시 시행된다.
간호법 제정안은 현재 의료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간호에 관한 사항을 독자적인 법률로 제정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의 의료행위를 법으로 보호하는 내용이다. 아울러 이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근무환경 개선 및 장기근속 유도 등에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도록 했다. 간호사 등이 적정 노동시간의 확보와 일·가정 양립 지원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 규정도 마련했다.
이 외에 ▲취약 계층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도시가스 요금 감면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도시가스사업법 ▲범죄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구조금을 유족에게 지급할 수 있게 하는 범죄피해자보호법 개정안 ▲가덕도 신공항 터의 토지 보상 절차를 앞당기는 토지보상법 개정안 ▲상습적·고의적 임금 체불 사업주에 대한 정부 지원을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 산업단지 내 공장 지붕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할 경우 국가와 지자체가 비용 일부를 보조해 신재성에너지 이용 확대를 도모하는 산업 집적 활성화법 개정안 등도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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