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는 데 꼭 필요한 에너지저장장치(ESS)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신청했지만, 예산 심의 신청 전 필요한 ‘신규보조사업 적격성 평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의조차 받지 못했다.
2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산업부는 2025년 예산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력계통 수용성 증진’ 사업을 시작하겠다며 첫 해 100억원, 총 3년간 400억원가량의 예산을 신청했지만 한 푼도 받지 못했다.
ESS는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에서 햇빛이 많은 낮이나 바람이 많이 부는 특정 시간대에 전력망이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전기가 과잉 생산되면, 전기를 저장해두는 데 쓰는 에너지저장장치다. 신재생에너지의 전기 생산량이 일정하지 않다는 단점을 보완한다. 전력 배터리로 이뤄져 BESS라고 부르는데 방전 시간이 4시간 이하일 경우 단주기 ESS, 방전 시간이 6시간 이상일 경우 장주기 ESS로 분류한다.
향후 신재생에너지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면서 잉여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ESS에 대한 투자 확대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산업부가 지난해 초 확정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는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가 “2036년까지 ESS 보급에 최소 29조원에서 최대 45조원이 필요하다”라고 제시한 내용이 담긴 바 있다.
당시 산업부는 “계통불안정성 완화를 위한 공공 주도 ESS 구축 확대가 필요하다”며 “예비력 확보가 필요한 지역 내 변전소, 재생에너지 집중지역 등에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파수 유지·실시간 수급균형 확보 등 변동성 대응 설비(단주기 ESS)와 출력제어 완화·부하 평준화 등 공급과잉 대응 설비(장주기 ESS)를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2036년 기준 단주기 ESS는 3.66기가와트(GW), 장주기 ESS는 22.6GW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현재 주파수조정용과 계통안정화용 ESS는 총 1.4GW에 불과해, 산업부의 목표까지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산업부는 지난 5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발표하면서도 신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위해 ESS를 보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총괄위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안정적 계통 운영을 위해 2038년까지 21.5GW의 장주기 ESS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산업부는 올해 예산 확보에 실패했다. 예산 심의 신청 전 밟아야 할 신규보조사업 적격성 심사 기한을 놓쳐서다. 기재부는 각 부처가 100억원 이상의 신규 보조 사업을 시행할 때 ‘적격성 심사’를 하고 있다. 사업의 타당성, 관리의 적정성, 규모의 적정성 항목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해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부는 세부 항목별 점수를 합산해 85점 이상인 경우에만 사업 적격성을 인정해 예산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규예산을 신청할 때는 회계연도 전년도 4월 30일까지 보조사업의 목적과 내용, 보조사업에 드는 경비, 그밖에 필요한 사항을 적고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이같은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신청 자격 불충분으로 기재부가 예산안을 검토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산업부는 신규 보조사업 적격성 심사는 받지 못했지만, 또다른 예산 협의 방법을 강구한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필요성을 말해보고, 그 때도 어렵다면 2026년도 예산안에는 편성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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