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민희 과방위원장과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의 신경전이 이어졌다.
신경전은 지난 27일 예산결산 심의 안건을 다루는 과방위 전체회의 시작 때부터 예고됐다. 국무회의 참석자가 아닌 배석자인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날 국무회의 참석을 이유로 오전 질의에 불참했다. 반면 국무회의 참석자인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과방위에 출석했다.
최민희 위원장이 “김태규 대행은 안나오셨나”라고 묻자 조성은 방통위 사무처장은 “국무회의에 가셨다”고 밝혔다. 최민희 위원장은 “국무회의 참석자인가”라고 다시 물었고 조성은 처장은 “배석자”라고 답했다. 이어 최민희 위원장이 “장관인가? 과기부 장관님은 국무회의 참석 안 하고 오셨다. 어떻게 된 건가”라고 묻자 유상임 장관이 “차관이 대신 참석했다”고 했다. 최민희 위원장은 “방통위도 사무처장이 배석하고 대행이 나올 수 있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날 오후 김태규 대행이 출석하자 여러차례 신경전이 이어졌다. 쟁점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교체의 정당성’이다. 방통위는 행정공백 우려와 MBC의 편파성 등을 이유로 이사 교체가 시급했다는 입장을 법원에 제출했으나 법원은 방통위 입장을 수용하지 않고 방문진 이사 임명정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최민희 위원장은 방문진법에 따라 방문진 이사는 임기 만료 후에도 후임자가 없을시 임기가 자동 연장된다는 점을 언급하며 “행정공백이 발생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김태규 직무대행이 “반론을 좀 해도 되겠나”라고 했으나 최민희 위원장이 거절하자 김태규 대행은 “반론 안 들으실 거면 저를 굳이 (왜 출석시켰나)”라고 맞받았다. 최민희 위원장은 “반론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일부 언론에서 오랜 정쟁으로 방통위 직원들의 피로도가 누적돼 방통위의 심리지원 프로그램 참여자가 35%에 달한다는 취지의 보도를 한 사실도 논란이 됐다. 최민희 위원장은 “심리검사 결과를 언론에 제공하라고 지시한 일이 있나”라고 물었고 김태규 대행은 “저희도 모르는 걸 어떻게 답변 드리나”라며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진 보충질의에서 ‘방문진 이사 교체 정당성’은 다시 쟁점이 됐다. 김태규 직무대행이 방통위 회의가 없어 속기록을 제출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밝히자 최민희 위원장은 “(회의가 없으니) 지금 하신 말씀은 다 대행 개인 의견”이라고 했다. 김태규 대행은 “제 개인적인 법률적 의견”이라고 맞받았다.
최민희 위원장이 “그 개인 의견이 현실에도 맞지 않고 법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하자 김태규 대행은 “아니 그 부분은”이라고 반발했다. 최민희 위원장은 방문진법에 따라 임기가 끝난 임원은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수행을 할 수 있다며 “지금 방문진 이사와 이사장은 MBC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분들이다. 신뢰도가 1위이고, (주요 방송사 중) 거의 유일하게 흑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에 현재 방문진 이사는 매우 유능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김태규 대행은 “위원장님 개인 의견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혀 순간 과방위 회의 현장에 정적이 이어졌다. 최민희 위원장은 “지금 그말 왜 하나. 제가 물었나”라고 했고 김태규 대행은 “말씀하시니까 저도 말씀 드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최민희 위원장이 “제가 질문했나”라고 하자 김태규 대행은 “제 의견에 대해 질문 주셨다”며 답변을 이어가자 최민희 위원장은 “그렇게 하면 안 되는 자리”라고 했다.
최민희 위원장이 말을 할 때마다 김태규 대행이 말을 이어가자 최민희 위원장이 거듭 제재에 나섰다. 김태규 대행은 “그러면 저보고 어떡하라는 말인가”라고 하자 최민희 위원장은 “가만히 있으면 된다”고 했다. 김태규 대행은 “가만히 있겠다. 그러면”이라고 다시 답했다. 최민희 위원장이 “지금 기상천외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하자 김태규 대행은 “그런 거 같다”고 다시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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