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독 보릿고개를 어렵게 넘고 있는 외식업계에서 성공한 외식기업들이 본업이 아닌 부업이나 다른 브랜드를 펼치며 사업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새 사업들은 주력 브랜드와 전혀 관련 없는 아이템을 선택하거나, 모기업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아 소비자들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8일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국내 치킨시장 3위 브랜드 교촌은 현재 여의도에서 메밀 음식 전문점 ‘메밀단편’을 운영하고 있다. 업장은 따로 교촌에프앤비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브랜드 기획부터 메뉴, 실제 매장 인테리어까지 완전히 다른 팀에서 맡아 2년간 브랜딩했다.
메밀단편의 대표 메뉴는 메밀면이다. 물·들기름·비빔·바작 골동 4가지 스타일로 메밀면을 즐길 수 있다. 면 외에도 반상 1종, 곁들임(수제 메밀 전병·한우 어복쟁반·한우 양지 수육·닭 불고기) 4종으로 구성했다. 보통 교촌치킨과 전혀 다른 구성이다.
교촌에프앤비에 따르면 메밀면은 강원도 봉평산 순 메밀 가루만 사용해 반죽한다.
송원엽 교촌에프앤비 글로벌미주·신사업부문 혁신리더는 “밀가루나 전분을 첨가하지 않고 매장에서 매일 아침 손수 반죽해 만드는 자가제면 방식으로 면을 뽑는다”며 “파주에서 3대째 기름집을 이어오는 명품 들기름을 사용하는 등 식재료부터 음식을 만드는 과정까지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다.
음식이 담기는 그릇도 각별히 신경썼다. 무형문화재 제77호 이봉주 장인이 만든 방짜유기 그릇을 사용했다. 객단가를 높일 수 있는 막걸리 ‘은하수 막걸리’ 2종도 판매한다. 은하수 막걸리는 경상북도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영양군에 위치한 100년 전통의 양조장에서 만들어진 ‘감향주(甘香酒)’를 현대화한 전통주다. 자연환경을 고스란히 담기 위해 물, 쌀, 누룩 외에 어떠한 첨가물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교촌에프앤비는 전했다.
출점 상권 분석에도 신중을 기했다. 메밀단편 첫 매장 위치를 선정하는 데에만 6개월 이상이 소요됐다.
여의도에 메밀단편 첫 매장을 연 이유에 대해 송 혁신리더는 “여의도 상권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금융권 직장인들이 많아 메밀단편 브랜드와 어울린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교촌에프앤비는 앞으로 대형 백화점에 입점해 직영점 매장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전을 대표하는 빵집 성심당은 우동 전문점 ‘우동야’를 운영 중이다.
1990년대 초반, 성심당은 국내 최초로 베이커리 레스토랑 ‘테라스 키친’을 열었다. 이후 크고 작은 레스토랑을 하나씩 더 만들었다. 성심당은 현재 일식우동집 ‘우동야’ 외에도 이탈리안 레스토랑 ‘플라잉 팬’과 ‘삐아또’, 브런치 카페 ‘오븐 스토리’ 등을 운영한다.
우동야는 ‘밀가루를 사용한다’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성심당이 운영하는 다른 브랜드와 베이커리에서 가장 거리가 먼 브랜드다. 우동야는 성심당 운영법인 로쏘의 외식사업부가 32년 만에 점포를 낸 브랜드였다. 매장 한 군데를 운영하는 다른 브랜드와 달리 우동야는 올해 3월 DCC대전컨벤션센터 인근에 DCC점을 새롭게 열며 확장에 나설 정도로 선전하고 있다.
로쏘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에 매출을 유지한 데다가 새로운 점포에서도 동일한 맛과 퀄리티를 제공하기에 우동이 가장 적합한 메뉴라고 판단했다”며 “자가제면 우동과 셀프 주문 시스템을 접목해 대전 시민 사이에서 인지도를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심당이 추구하는 서양식 빵과 전혀 다른 우동 브랜드지만, 철학은 공유한다. 로쏘는 우동야가 성심당 천연발효종 빵을 만드는 방식으로 물, 소금, 밀가루 3가지만 활용해 면을 뽑는다고 전했다. 매일 습도와 온도에 맞춰 28시간 숙성을 거친 후 우동야 면을 완성한다.
성심당 최대 미덕인 가격도 포기하지 않았다. 대표 메뉴 우동야 우동은 가격이 4000원 수준이다. 성심당 빵처럼 부담 없는 가격을 앞세웠다.
그 밖에도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올해 젊은 세대 유동 인구가 높은 서울 송리단길에 디저트 전문점 ‘쇼콜라 팔레트’를 열었다. 이 브랜드는 롯데GRS가 24년 만에 내놓은 신규 브랜드다. 주로 수제 초콜릿을 중심으로 달콤한 분위기를 자아냈다고 롯데GRS는 전했다.
이러한 외식기업 도전은 고객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수익성이 좋은 방향으로 이어진다면 더욱 가치있다. 외식기업에서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신규 브랜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새로운 사업군으로 경쟁력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인 셈이다.
한 외식업계 종사자는 “당장 큰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신규 브랜드에 꾸준히 투자하는 이유는 소비자 접점으로 활용하려는 측면도 크다”고 전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