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을 여권 다수로 만들기 위한 정부 여당의 계획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무산됐다.
지난 26일 법원은 이진숙·김태규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서 7월31일 임명된 방문진 새 이사 6명의 임명 효력을 정지했다. 지난해에도 방통위는 야권으로 분류되는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 2인을 해임했지만 법원이 두 사람의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바 있다. 결국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법부의 제동으로 여야 3:6 방문진 구조를 여권 다수로 역전시키지 못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는 방통위가 김동률, 손정미, 윤길용, 이우용, 임무영, 허익범 등을 방문진 이사로 임명한 처분의 효력을 본안 소송 결과(1심)가 나온 날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과 박선아·김기중 이사가 집행정지 신청에 나선 결과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단지 2인의 위원으로 피신청인(방통위)에게 부여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방통위법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짚은 뒤 “7월31일 있었던 임명 처분에 관련된 절차 준수 여부, 심의의 적법 내지 위법 여부 등에 관해 피신청인(방통위)이 제출한 자료 및 심문 결과만으로는 위에서 본 합의제 기관의 의사 형성에 관한 각 전제 조건들이 실질적으로 충족됐다거나 그 충족에 관한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를 두고 방송법에 밝은 한 변호사는 27일 통화에서 “과거 정연주 전 KBS 사장 사건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 관련 사건들에서 집행정지 신청은 기각됐지만, 본안 소송에서는 해임 등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해임된 당사자들은 복직하지 못했고, 본안 판결은 실효성을 상실했다. 그 이후 벌어진 일들은 한국 공영방송에 많은 갈등과 상처를 남겼다. 그 점을 재판부가 고려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번 법원의 결정은 여러 면에서 후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먼저 현 KBS 이사 5인(김찬태·류일형·이상요·정재권·조숙현)은 27일 오후 서울행정법원에 오는 1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KBS 이사 7명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과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2인 체제의 문제를 지적하며 “두 상임위원은 공모 방식의 이사 추천에서 필수 요소인 심의를 전혀 거치지 않는 등 졸속과 날림으로 대통령에게 새 이사를 추천해 위법성이 가중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법원 결정이 본안 소송과 더불어 이진숙 위원장 탄핵 심판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성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은 “법원에서 집행정지 결정문을 아주 자세히 설시했고, 그 전 사건의 결정들까지 인용한 것을 봤을 때 (본안 소송에) 상당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이진숙) 위원장이 되고 나서 한 행동의 위법성이 집행정지 결정에서 소명됐기 때문에 국회에서 이 부분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해야 할 것이고 헌법재판소에서 면밀히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방문진은 당장 오는 9월부터 정상적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권태선 이사장은 27일 통화에서 “하반기 업무보고가 7월에 이뤄졌어야 하는데, 이사진 교체로 진행되지 않았다. 9월 초에 이사회를 열어 하반기 업무보고부터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법원 결정 직후 26일 언론을 통해 “사법부 판단은 늘 존중한다”면서도 “항고심에서 판단 받게 될 것이다.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27일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언론장악 기도를 중단하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국회로 돌아온 방송법 개정안을 수용하거나, 합리적 대안을 제출하고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논의에 스스로 나서는 것만이 이 사태의 유일한 해법임을 명심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경고를 무시하고 얼토당토않은 수준 미달의 부적격자들을 앞세워 또다시 MBC를 포함한 방송을 장악하려 든다면 임계점을 넘고 있는 민심의 파도가 윤석열 정권이라는 배를 엎어버릴 수 있음을 깨닫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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