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재판 증거로 야당 정치인들이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사망시 애도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첨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재판부에선 “이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냐”며 “증거목록 검토하다 폭발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허경무)는 지난 23일 김만배(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신학림(전 뉴스타파 전문위원),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 등 4명의 정보통신망법(명예훼손) 위반 사건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목록에 대해 지적했다.
검찰은 뉴스타파가 지난 2022년 3월6일 보도한 김만배·신학림 녹취 보도가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을 위한 허위 인터뷰이며 인터뷰 대가로 김만배가 신학림에게 1억6500만 원을 건넸다고 보고 있다. 피고인들은 검찰 측 주장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해당 뉴스타파 보도는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가 2011년 대검 중수부에서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할 때 불법대출 브로커 조우형에 대한 수사를 무마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다루고 있다.
허경무 판사는 검찰 측에 “증거목록에서 제목 가지고는 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상상이 안 된다”며 “참조사항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건희 전 회장 애도 관련 기사,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이건희 전 회장 애도 관련 기사가 있는데 제가 증거목록 검토하다가 폭발해서 ‘이거 뭐야’ 한 게 이 두 기사”라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언론보도를 팔로우했고 기사가 많다 보니 증거차원에서 필요한 기사가 있고 선행보도를 살펴볼 필요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증거조사를 하면 설명하겠지만 김만배가 정영학과 나눈 녹취록 중 이재명 후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부분에 대해 설명하며 증거로 넣은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사가 많다 보니 (재판장) 말씀처럼 관련성이 떨어지는 기사도 일부 포함될 수 있는데 그런 건 저희가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허 판사는 “형사소송규칙에서 입증취지를 적어내도록 돼 있고 그게 검사가 증거신청할 때 적법한 신청이 되기 위한 요건”이라며 “(증거로 제출한) 기사를 정리해야 하고 입증취지를 보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피고인 신학림 측은 “2020년 9월15일자 녹취록을 10개 정도 (검찰이) 제출했고, 조우형의 진술조서도 반복된 부분이 많은데 정리를 해줬으면 한다”며 “피고인별로 (증거를) 특정해주는 게 (피고인 측이) 탄핵하는데 유의미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에 허 판사는 “증거가 공소사실 여러 개에 연관될 수가 있으니 일일이 기재하는 것보다는 해당 증거로 입증하려는 게 뭔지 설명해주면 충분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에서는 지난 공판준비기일에서 판사가 지적했던 ‘이재명 공산당 프레임’ 등에 대해 공소사실에서 철회하지 않고 이를 재차 주장했다. ‘이재명 공산당 프레임’은 김만배가 대장동 개발 비리를 숨기려고 과거 ‘이재명 성남시장이 성남시 이익을 위해 민간업자 이익을 가져갔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유포했고 이러한 내용이 다수 언론을 통해 확산됐다는 검찰 측 주장이다. 허 판사는 지난 기일에 이어 이날도 ‘이재명 공산당 프레임’이 피해자 윤석열에 대한 명예훼손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공산당 프레임과 윤석열 후보의 조우형 수사무마 프레임 두 가지는 각각 창작돼 각각 기획된 게 아니라 두 개 허위프레임이 단일한 계획 하에 만들어진 범행 도구”라며 “전체 범행 경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산당 프레임에 대한 설명이 반드시 필요하고 실질은 결과적으로 윤석열 당시 후보에게 불리한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허 판사는 “제가 의문을 제기한 것과 결이 다른 말을 하는데 윤석열 후보에 대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공직선거법상 명예훼손이 아니라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이니 경위사실로는 들어갈 수 있지만 (공소사실에는)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제 말은 이재명 후보가 공산당이었기 때문에 윤석열 후보의 명예가 어떻게 훼손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검토를 해서 다음 기일 전까지는 (관련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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