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윤계상이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로 돌아왔다. 상대방에게 베푼 선의가 뜻하지 않은 불행으로 돌아와 삶이 서서히 무너지는 인물로 분해 한층 깊어진 연기력을 보여준 그는 “온 힘을 다해 표현하려 했고 잘 전달된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한여름 찾아온 수상한 손님으로 인해,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로 제56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연출상을 수상한 모완일 감독이 연출을 맡고 신예 손호영 작가가 각본을 썼다. 손호영 작가의 ‘JTBC X SLL 신인 작가 극본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지난 23일부터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극 중 윤계상은 모텔 주인 상준을 연기했다. 상준은 우연히 베푼 호의로 인해 그간 소중히 일궈온 모든 것이 무너져버린 인물이다. 윤계상은 일련의 사건으로 삶이 180도 바뀌어 버린 상준의 다이내믹한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것은 물론, 과거부터 현재 치매 노인의 모습까지 폭넓게 소화하는 등 몰입도 높은 열연을 보여준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윤계상은 작품을 택한 이유부터 캐릭터 구축 과정, 배우들과의 연기 호흡 등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엇갈리는 평가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해당 기사에는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완성된 작품은 어떻게 봤나.
“시리즈에서 상준이 분명히 의미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온 힘을 다해 표현하려고 했고 잘 전달된 것 같다. 재밌었다. 이런 역할이 처음이었고 잘할 수 있을까 고민도 했다. (노인 분장은) 준비는 꽤 많이 했는데 그 당시에는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본 분들이 불편해하지 않는 것 같아서 지금은 만족하고 있다.”
-어떤 점에 끌려 작품을 택했나.
“우리나라에 퍼져있는, 대중성을 띤 드라마 같지 않았다. 굉장히 독특한 형식의 다른 이야기가 공존하면서 가는 것도 신기했고 그 공존하는 이야기가 어떤 접점이 있을까, 왜 이 이야기를 할까 궁금했다. 내레이션도 특이했다. 모완일 감독이 어떻게 담아낼지 너무 궁금했다. 새로운 대본을 만나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
-어떤 면이 그렇게 새롭게 다가왔나.
“정서라고 해야 하나. 드라마의 정서가 느낌적으로 다가왔다. 드라마 자체가 가진 힘이 느껴졌다. 향이 짙게 나는 듯한 느낌? 잔향이 짙은 드라마였다. 그때그때 즐기고 생각이 나지 않는 작품이 있는 반면 계속해서 잔향이 남는 작품이 있잖나. 이 작품이 그랬다.”
-분노를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삼키는 인물이었다. 연기하면서 답답했을 것 같은데.
“누구나 다 그럴 것 같다. 가끔 드라마를 보면 ‘범인이 앞에 있는데 왜 못 때려?’라고 하는 반응이 있는데 사실 현실에서 그런 상황에 마주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나는 그럴 것 같다. 그렇게 할 수 없는 것 같다. 지켜볼 수밖에 없고 부들부들 떨 수밖에 없다. 그런 모습이 상준의 모습인 거다. 죽은 사람이 피해자고 상준은 제2의 피해자다. 그 사람들이 나설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 같다. 상준은 두려워한다. 면회실에 가서 지향철(살인범)을 만났을 때도 얼굴을 절대 쳐다보지 못한다. 그러다 용기 내서 봤고 해답을 찾을 줄 알았는데 허망함만 느낀다. 아내도 잃고 재산도 잃고 반쯤 미쳐버리게 되고 그 모습을 본 기호(아들)가 복수를 꿈꾸고 복수할 수밖에 없는. 답답함보다는 이런 상황들이 잘 만들어진 게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배역으로서가 아닌 이를 바라보는 한 개인으로서의 감정은 어땠나.
“사회 전반적인 문제들 이면에, 직접적인 사건을 겪은 사람들 외에 다른 문제가 존재하지 않을까 다시 보게 됐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구나. 외면이 제일 무서운 것 같다. 모른 척, 아닌 척, 그 사건을 덮어버리는 거. 외면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 작품을 보면서 그런 걸 느끼라는 것은 아니다.”
-치매에 걸린 노인 상준의 모습까지 표현해야 했다. 준비 과정은.
“결과적으로 순서대로 찍게 됐는데 과거의 상준 장면들을 먼저 촬영했다. 20년 후 모습을 찍기까지 3주 정도 시간이 있었다. 그 사이 상준의 모습이 어떨까 고민했고 살을 빼야겠다고 결정했다. 너무 통통한 것도 말이 안되는 것 같아서 체중 감량을 했다. 3주 동안 13~14kg 정도 뺐다. 3주 동안 온 힘을 다해서 준비했다. 그 에너지를 계속 가져가니까 살도 그만큼 빠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촬영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실제 절친한 사이인 박지환과 친구로 연기 호흡을 맞췄다. 어땠나.
“너무 좋았다. ‘범죄도시’ 이후 다른 작품도 같이 하고 있고 소속사도 같기 때문에 캐스팅 당시에도 서로 잘 알고 있었다. 현장에서 대단히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분위기를 정확히 읽고 있었다. 대본에 있었는지 없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애드리브가 많았다. 모완일 감독이 원래 그런 분이 아닌데 우리 둘에게는 많이 열어줘서 편하고 즐겁게 할 수 있었다.”
-고민시(유성아 역), 찬열(기호 역)과는 마주하는 장면이 없었는데 결과물을 보면서 어땠나.
“진짜 최고지. 너무 잘했다. 고민시가 한 연기는 진짜 어려웠을 거다. 맥락이 없으니까. 각자 개성대로 하는 거니 더 잘하고 못하는 게 어딨겠나. 그럼에도 고민시가 정말 잘했다. 너무 무섭기도 하고 미친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보는 내내 몰입했다. 찬열도 정말 잘생기고 열정적이고 훌륭하다. 잘하더라. 보면서 너무 마음 아팠다. 그 기억 속에, 상처 속에 살아남아서 그런 선택을 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 슬프더라.”
-공개 후 시청자들 사이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흥행도 좋지만 이 작품이 가진 작품성이 있어 선택했고 그 결정을 한 순간 지금까지 후회는 없다. 공개 초반이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좋은 작품, 재밌는 작품이고 잘못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배우로서 매 순간 절실하기 때문에 매 작품 똑같다. 이 작품이 잘 돼서 앞으로도 도전적인 작품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멜로도 좋고 사극도 좋고 다 좋은데 가끔은 맛있는 음식 중 특별한 다른 음식도 나와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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