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건·복지·고용과 연구·개발(R&D) 등 11개 분야 예산을 모두 확대한 가운데,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예산만 축소했다. 특히 고속도로와 철도 예산이 급감했다. 일각에서는 SOC 분야 예산 감축이 생산과 고용 등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27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5년 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SOC 예산을 25조5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올해 예산(26조4000억원)보다 3.6%(9000억원) 줄어든 수준이다.
정부는 내년 도로 부문 예산을 올해 7조9779억원에서 7781억원 줄어든 7조1998억원으로 편성했다. 특히 고속도로 건설 예산은 올해 1조8272억원에서 1조502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내년도 철도 부문 예산은 8조1021억원으로, 올해보다 1조1005억원이 감소했다. 특히 광역철도 예산은 올해 1조2156억원에서 내년 9131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정부는 SOC 분야 예산이 줄어든 이유로 다수의 사업이 완료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일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SOC 분야 예산이 줄어든 이유는 1조1000억원 규모의 사업이 완료되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수요는 늘어나겠지만, 현재 사업 단계에서 예산 부담이 큰 사업들이 적어 (예산) 감소 폭이 컸다”고 말했다.
도로와 철도를 제외한 항만수자원, 물류, 항공·공항 등 예산은 소폭 증가했다. 정부는 가덕도공항, 대구경북공항, 새만금공항, 제주2공항 등 8개 신공항이 목표한 시기에 문을 열 수 있도록 올해보다 큰 규모의 예산을 지원한다. 정부는 내년에 가덕도 공항에 9640억원, 대구경북공항에는 667억원, 새만금공항에 632억원, 제주2공항 236억원 등을 투입한다.
정부는 국민의 교통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K-패스 적용 대상을 기존 185만명에서 360만명으로 대폭 확대한다. 광역버스 준공영제 노선은 기존 214개에서 250개로 늘려 교통 서비스를 개선할 계획이다.
전국 국도 병목구간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 예산(2608억원)보다 확대한 294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김포 골드라인 등 도시철도 과밀구간 차량 증차 지원에 110억원을 편성했다. 장애인 이동 편의 제고를 위해 특별교통수단 도입을 확대하고, 저상버스 도입을 지속해서 지원한다.
노후 교량과 터널 보수에는 예산 4887억원을 투자한다. 정부는 내년에 극한 호우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배수시설 정비 예산 350억원을 처음으로 편성했다. 이 외에도 출퇴근 시간 단축을 위해 도시철도 투자는 올해 2000억원에서 내년 3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의 차질 없는 개통을 지원하기 위해 4000억원을 쏟는다. 도시철도 병목구간(평택~오송) 선로 확대에는 2500억원을 투입한다.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모빌리티 확산을 위해 예산도 확충한다. 정부는 한국형 UAM R&D에 올해 예산(120억원)보다 상향한 212억원을 투입한다. 자율차 시범 지구에는 26억원을 지원한다.
정부는 자율운항선박 기술 확보를 위해 7억5000만원의 예산을 새롭게 편성했다. 무인장비 등 신기술을 활용한 고속도로 건설 지원에는 예산 9억2000만원을 편성했다. 플랜트·건설·인프라 등 국내기업 해외 지원 진출에 총 1조1000억원을 지원한다.
정부는 전면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 주거지에 아파트급 편의시설과 주거환경을 갖춘 ‘뉴빌리지’ 사업지 30곳을 지정할 계획이다. 산단 진입도로 12곳을 신규 구축하고, 주요 거점 노후 산단의 도로와 주차장 등 기반 시설을 확충하는 등 지역 산단 경쟁력을 강화한다.
SOC 예산이 감소했음에도 ‘공공주택 25만가구 공급’ 등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기재부 관계자는 “주택 예산은 복지 예산으로 분류되고, SOC 분야는 도로와 철도 중심의 예산”이라며 “철도와 도로 대형 공사들이 올해 완공된 요소가 많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SOC 예산 규모를 축소한 것이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고, 경기와 고용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 이후 건설투자가 위축됐는데 이런 현상이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SOC 예산을 확충하면 건설 경기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다”면서 “경제적 불평등 완화뿐만 아니라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예산인데 축소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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